법인엔 기사 없고 개인은 고령화… 심야 택시 대란 해법은 '처우 개선'

입력
2022.10.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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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업계로 빠져나가며 법인택시 가동률 '뚝'
"요금 인상만으론 한계... 정부 적극  개입해야"
기준금 차등 적용·호출 목적지 미표시 병행도

지난달 28일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 서울지하철 5호선 공덕역 앞 5차선 도로에선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한 택시 호출에 실패한 시민들이 차도까지 내려와 빈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위태로운 모습이지만 멈춰 서는 택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초록색 '예약등'이 켜진 택시만 시민들 옆을 지나가고 있었다. 택시를 기다리던 직장인 김모(50)씨는 "앱 일반호출로는 잡히지 않아서 웃돈을 주고 프리미엄 호출로 겨우 잡았다"며 "길에서 '빈차 등'이 켜진 택시를 본 지 오래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지난 4월부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심야 택시 잡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돼버렸다. 2년 동안 수요가 줄면서 법인 택시기사들은 배달업계로 전업했고,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개인 택시기사들은 심야 운행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대책을 쏟아내던 서울시가 택시요금 인상이란 마지막 카드를 꺼냈지만, 요금인상이 택시기사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서울 법인택시 가동률 30%...개인은 77%가 60대 이상

심야 택시난의 근본 원인은 코로나19 이후 법인택시와 기사가 확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일 전국택시운송조합사업연합회에 따르면, 7월 31일 기준으로 서울의 법인택시 등록대수는 1만5,257대로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12월 31일(1만9,270대)과 비교해 4,000대 정도 줄었다. 같은 기간 법인택시 운전자는 3만527명에서 2만587명으로 1만 명 감소했다. 서울뿐 아니라 공동 생활권인 인천과 경기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자체와 택시업계에선 코로나19 기간 수요가 증가한 배달이나 택배업 쪽으로 기사들이 빠져나간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심야 운전을 기피하는 개인택시 기사의 고령화도 택시난의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의 경우 개인택시 기사 4만9,131명 중 60대 이상이 76.79%(3만7,732명)를 차지한다. 70대 이상도 24.76%(1만2,165명)로 집계됐다.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고령의 기사들은 심야시간과 악천후 때 정신적·체력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어 운전을 꺼린다"고 말했다.

정부·지자체 대책 쏟아내는데 현장선 '글쎄'

정부와 지자체들은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심야 택시난 해소를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택시 부제 등 규제 개선 △심야 시간대 탄력 호출료 조정 △심야 버스 확대 △수요자 맞춤형 택시 서비스 활성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호출료를 4,000원 수준으로 인상하고, 택시회사와 카카오T 등 플랫폼 업체가 호출료의 절반씩 가져가는 현재 구조를, 택시기사와 플랫폼 업체가 나눠 갖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을 시작으로 인천과 경기, 부산까지 중형택시 기준으로 3,800원인 택시 기본요금을 내년 상반기 4,800원으로 1,000원 인상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서울시는 현재 자정부터 오전 4시까지인 심야 할증시간을 오후 10시부터로 2시간 확대하고, 20%로 일률 적용하던 할증률도 20~40%로 탄력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택시업계는 정부와 지자체 대책의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 임봉균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은 "요금을 올리고 호출료를 조정하면 서울 법인택시 기준으로 1대당 월 89만 원가량 더 벌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정부가 적극 개입하지 않는다면 기준금(사납금) 인상 등으로 상쇄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기사 처우 개선이 뒷따르지 않으면 공급 부족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선 기준금을 지역과 기사역량 등에 따라 차등 적용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대신 승차거부나 불친절 기사 등에게 벌점을 강하게 부과해 '고인 물'로 비판받는 택시기사 인력풀을 선순환시켜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플랫폼 택시에 대한 규제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플랫폼 택시가 보편화되면서 과거처럼 배회 영업을 하지 않고, 장거리나 호출이 많은 지역 손님만 골라 태우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요금 인상만으로는 심야 택시난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호출 앱 승객의 목적지 미표시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서울시도 목적지 미표시 도입 여부에 대해 검토 중이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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