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1순위는 김건희 특검보다 노령연금 확대

입력
2022.09.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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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소환 조사 통보를 확인한 측근은 이 대표에게 “전쟁입니다”라고 보고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상대로 지목된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의 화력 차이는 확연하다. 대통령이 가진 자원은 무궁무진하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에는 있고, 이 대표에게는 없는 검·경 수사력은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대표에게 치명적 비수로 엄습하고 있다.

예상보다 빠르고 집요한 검·경 수사에 이 대표 주변에선 '탈곡기식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탄식한다. 검찰 수사의 기세가 크고 작은 모든 혐의점을 탈탈 털어 일단 재판에 넘기고 보자는 듯하다는 것이다. △대선후보 시절 국정감사장 등에서 말을 잘못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거나 △성남FC 의혹에서 이 대표가 돈 받았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제3자 뇌물이란 새로운 죄명을 적용해 앞선 불송치 결정을 번복한 것 △부인과 아들을 겨냥한 수사 등을 이 대표 측은 그런 사례로 꼽는다.

지금은 민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이 똘똘 뭉쳐 공동 대응을 해준다. 그러나 기소 건수가 하나둘씩 늘어날수록 당의 부담이 커질 것이다.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 수사가 "정당하다"는 응답이 "부당하다"는 답변 비율보다 높게 나왔다. 민주당의 야당 탄압, 정치 보복 프레임이 기대만큼 작동하지 않은 결과로 보인다. 한 중진 의원은 "만에 하나 이 대표에 대한 영장이 청구돼 체포동의안이 본회의 안건으로 오르면 의원들 입장이 갈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요즘 이 대표의 거의 모든 관심은 생존에 맞춰져 있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국회의원 배지나 당대표 직이 '방탄'이라고 의미를 부여하지만 탈곡기식 수사 앞에서 의원 배지 등은 도피처가 되기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에 쌓인 경험이다. 이에 이 대표 측은 진정한 방탄은 우호적 민심 조성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틈만 나면 "민생"을 강조하는 배경이다.

검찰 수사 속도와 범위를 봤을 때 이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은 장담하기 어렵다. 그래서 그는 빠르고 확실한 것 위주로 정치인 이재명의 효능감을 대중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려는 듯하다. 노인 기초연금 증액과 지급 대상 확대, 아동수당 증액, 지역화폐 예산 증액과 같은 현금성 보편적 복지 확대가 핵심이 될 것으로 전해진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사례를 보면 '나는 포퓰리즘이라 안 받겠다'던 사람들도 지원금이 입금되면 마음이 달라진다"는 것이 이 대표의 지론이다.

그는 2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서두에서도 "가난을 증명한 사람을 골라 지원하지 않고, 모두를 지원한 후 불필요한 몫은 회수하면 어떻겠느냐"며 보편 복지 확대 의지를 드러냈다. 당 지도부 인사는 "이 대표의 우선 관심사는 김건희 특검이나 노란봉투법 등이 아닌 기초연금 확대"라고 했다.

경기지사와 당대표는 전혀 다른 자리라는 점은 변수다. 도 간부들은 이 대표가 추진하는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다음 선거를 생각해야 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이 대표 뜻에 늘 따라주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계파 갈등도 수면 아래 도사리고 있다. 이 대표가 어떤 정치력을 발휘할지가 관건이다.

이성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