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7일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국회 본회의에 제출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이 왜곡 보도 탓이라며 MBC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이후 국정 집중은커녕 대립과 갈등이 깊어지는 정치 현실이다. 초유의 경제 위기 앞에서 싸울 일만 있으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박 장관 해임건의는 정국 경색을 심화시킬 것이다. 민주당 의원 169명 전원이 발의에 동의했고 국회 과반을 차지하는 만큼 29일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에게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지금까지 해임건의가 가결된 6명 장관 중 5명이 물러난 점에서(박근혜 전 대통령만 거부) 정치적 구속력은 크다. 참배 빠진 영국 방문, 48초 한미 정상 만남, 저자세 한일 정상 회담 등 순방에서 드러난 문제들이 해임건의 명분을 제공하는 데다 윤 대통령이 국회 건의를 거부하면 또 불통정치라는 비판을 부를 수 있다.
비속어 논란을 언론 탓으로 치환하려는 여당의 대응은 갈등을 키우는 불쏘시개가 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박대출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MBC편파방송진상규명TF를 구성하기로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위원들은 MBC 보도를 “매국 허위방송”이라고 비난하는 성명을 내는 등 MBC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한국방송기자연합회 등 6개 언론단체는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비속어 책임을 언론에 전가하고 이를 방송 장악의 빌미로 삼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여당의 잘못된 대응이 여야 간 대립을 넘어 정권·언론 간 갈등으로 문제를 확산시키는 꼴이다.
사과하고 넘어가면 될 실언이 이렇게 극심한 대립 정국, 언론 전쟁으로 비화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경제 위기가 고조되고 챙겨야 할 민생 현안이 많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여당이 국정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다시 한번 냉정하게 현실을 돌아보고 대치 정국을 전환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