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간에 노출된 뒤 파킨슨병을 얻어 사망한 현대중공업(현 한국조선해양) 용접공 유족이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최종 패소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한국조선해양(당시 현대중공업)과 현대종합금속 용접공으로 일하다 숨진 A씨 유족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1985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A씨는 선박 용접업무를 해오다가 2005년 탈수현상과 심한 두통을 느끼고 병원에서 치매 진단을 받았다. A씨는 한 달간 휴직해 치료에 집중했으나 복직 뒤에도 정상적 업무가 불가능해 퇴사했다. 그는 2008년 파킨슨병을 추가로 진단받았고, 7년 뒤 폐렴으로 인한 패혈증 등으로 숨졌다.
A씨 유족들은 A씨가 망간 함유 용접봉이 노출된 상태로 업무를 봤기 때문에 질병을 얻어 사망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냈고, 회사를 상대로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의 파킨슨병이 '업무상 재해'라고 판단하고 요양불승인 처분을 취소했다. 부산고법은 망간 중독과 파킨슨병 사이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어도 증상이 있는 근로자가 망간 또는 화합물에 노출되는 업무에 2개월 이상 종사하면 업무상 질병으로 봐야 한다는 법령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현대종합금속과 한국조선해양의 배상책임은 인정되지 않았다. 1·2심 법원은 한국조선해양에서 보호의무를 위반해 A씨가 망간에 노출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업무상 재해가 인정됐다고 회사의 근로자 보호의무 준수 여부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 건 아니라는 의미다.
1심 재판부는 △용접봉 포장에 '유해위험문구'가 기재된 점 △회사가 근로자들에게 방독면을 제공하고 착용하도록 지시한 점을 근거로, 한국조선해양이 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법원은 근로복지공단의 요양불승인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을 뿐, 파킨슨병과 A씨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법원에서도 망간 중독에 의해 파킨슨병이 발현됐는지는 증명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용접봉 등을 만든 현대종합금속에 대해서도 망간이 함유됐다는 사실만으로 제조물에 결함이 있다고 볼 수 없으며, 망간 함유 수준이 기준치 이하이기 때문에 배상 책임이 없다고 봤다.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