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손흥민이네요" 축구 대표팀 평가전에 네이버가 실시간 채팅방 연 까닭은

입력
2022.09.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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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 기반 커뮤니티 강화하는 네이버, 카카오
검색·메신저로는 한계…실시간 검색어, 댓글도 폐쇄
관심사로 몰리는 MZ 겨냥 실시간·익명 공간 마련


"이강인 오늘은 나올 수 있을까요?"
네이버 스포츠 야구 오픈톡


한국과 카메룬과의 축구 국가대표 경기가 있었던 27일 저녁 네이버 스포츠 홈페이지에선 '이슈톡'이란 기능이 등장했다. 대표팀 경기를 두고 네이버 이용자들이 소통할 수 있는 채팅방이었다. 이들은 손흥민의 슈팅에 환호하거나 선수 기용 문제점 을 놓고 뜨겁게 갑론을박을 벌였다. 2시간 동안 4,000개 넘는 글이 올라왔다.

사실 네이버는 2020년 8월 스포츠 기사의 댓글을 폐지했다. 도 넘은 악성 댓글에 선수들이 큰 피해를 본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스포츠 경기나 선수를 두고 의견을 공유하고 싶었던 네티즌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이날 열린 이슈톡에 네티즌들이 몰린 것도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스포츠, 드라마 오픈톡 여는 네이버…카카오, 오픈채팅방 강화


29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스포츠는 22일 팬들과 함께 응원하고 얘기 나누는 '오픈톡'과 '이슈톡' 서비스를 출시했다. 특정 스포츠 팀에 대해 의견을 나누거나 주요 스포츠 경기 때 함께 응원하면서 볼 수 있는 채팅 공간이다. 네이버는 드라마에서도 같은 기능을 운영 중이다. 최근 큰 인기를 끈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61만 개가 넘는 톡이 오갔다.

카카오도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이용자끼리 채팅방을 만들어 대화할 수 있는 익명 커뮤니티인 '오픈채팅'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다. 카카오톡 일반 채팅과 달리 전화번호나 아이디 등 친구 추가 없이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관심사에 따라 소통할 수 있다는 특징으로 빠르게 이용자를 늘리고 있다. 10대는 게임이나 K팝, 20대는 학교·취업·뷰티·패션, 30대는 결혼·투자 등 세대마다 다른 관심사를 오픈채팅방에서 공유하고 있다. 올해 오픈채팅 이용자 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76% 늘었다.



트위터·인스타 찾는 MZ, 관심사 대해 가볍고 부담 없는 소통 원해


두 회사가 이처럼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에 주목하는 이유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붙잡기 위해서다. MZ세대는 성별, 연령, 학력 등 개인 정보를 바탕으로 한 오프라인 공간에서 관계를 만드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대신 공통의 취향과 관심사를 지닌 이들과 온라인 공간에서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은 채 소통하는 것을 좋아한다. 최근 '부캐(부캐릭터)' 열풍이 분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이에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처럼 관심사 기반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MZ세대의 선택을 받고 있다. 반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여론조작 등 논란으로 지난해 실시간 검색어 기능을 없애고, 스포츠 연예 기사 댓글 기능까지 닫으면서 관심사 기반 소통 기능이 약해졌다고 보고 있다.

그러는 사이 태풍과 같은 자연 재해나 선거 등 주요 이벤트마다 이용자들은 트위터에 몰려 의견과 정보를 주고받았다. 특히 역대급 폭우가 내린 8월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트위터에만 420만 건이 넘는 폭우 관련 트윗이 쏟아졌다. 3월 9일 20대 대통령 선거날 하루에만 약 760만여 건이 넘는 대선 관련 트윗이 생성되기도 했다. 이에 네이버도 폭우 기간에 네이버 모바일 첫 화면의 검색창 하단에는 '제보톡'이라는 서비스를 새로 만들고, 카카오도 '침수상황'이라는 키워드를 오픈채팅 메인에 거는 등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궁극적으로 네이버와 카카오는 관심사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확대하면서 이용자들을 자사 플랫폼에 더 오래 묶어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가 올 초 취임 기자 간담회에서 "오픈채팅을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취지로 해석된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현실을 가상공간으로 대체하는 메타버스의 본질은 더 오랜 시간 이용자들을 온라인 공간에 머물게 하는 것"이라며 "실시간으로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메타버스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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