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밝혀야 한다"는 尹...대통령실 영상기자단 "왜곡, 짜깁기 없었다"

입력
2022.09.27 09:04
"오히려 대통령실이 해당 영상 보도 안 되게 요청"
언론노조 "尹 대통령 사과하고 자신을 돌아봐야"
기자협회 "언론 탓 몰아가고 희생양 삼지 말아야"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방문 중 불거진 '비속어 논란'에 대해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이 훼손됐으며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말로 MBC를 직격하자, 대통령 출입 영상기자단과 언론단체들이 일제히 "언론에 책임 전가를 멈추고 사과하라"며 윤 대통령과 여당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 대통령의 이번 해외 순방을 함께한 대통령실 출입 영상기자단은 26일 '정당한 취재에 대한 왜곡을 멈추십시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다. 이들은 "문제가 되는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영상취재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왜곡, 짜깁기도 없었다"며 "보도 이후 해당 영상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대통령실 반응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영상기자단은 문제의 영상은 대통령실의 대응으로 인해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당시 현장이 시끄러웠기 때문에 취재 영상기자들도 문제의 발언이 있던 것을 처음엔 몰랐다"면서 "오히려 (대통령실) 대외협력실에서 해당 영상을 확인해보자고 했기에 내용을 인지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영상을 확인한 대외협력실에서 '이 영상이 보도되지 않게끔 어떻게 해줄 수 없느냐'고 요청했다"며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발언을 보도할지 말지는 각 (언론)사가 판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보도 전 영상이 외부(온라인 등)에 유출된 것에 대해 "대통령실 출입 영상기자단에서는 어떤 영상도 외부로 유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해당 영상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에 윤 대통령 비속어 논란을 먼저 언급하기도 했다.

언론노조·기자협회 "언론 희생양 삼아...尹 대통령 사과해야"

전국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도 성명을 내고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통령이 사과하고, 언론에 책임 전가를 멈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노조는 이날 '윤 대통령의 사과가 먼저다'라는 제목으로 성명을 냈다. 이들은 "어떤 사람을 욕하여 이르는 말인 'XX'가 한국 대통령 입에서 나왔는데 왜 사과하지 않는가"라며 "그 'XX들'이 미국 국(의)회를 일컬었든 한국 더불어민주당을 가리켰든 욕한 걸 인정하고 용서를 빌어야 옳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진솔하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라고 강조했다. 언론노조는 "욕설은 두말할 것 없겠고, 진실하고 솔직하게 사과부터 하는 게 한국 대통령과 나라 위상을 더 낮은 곳으로 떨어뜨리지 않을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사실과 다른 보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국익' 운운하며 초점을 흐린 국민의힘 장단에 맞춘 것일 뿐이라면 매우 곤란하다"며 "'사실과 다른 보도로써 동맹을 훼손한다는 것은 국민을 굉장히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는 말이 자신에게 납득될 만한 소리인지 곰곰이 짚어 보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한국기자협회도 이날 성명에서 "대통령의 해외 순방 후 첫 출근길에서 비속어 논란에 대해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이 퇴색되는 것은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잘못을 언론 탓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동안 정부와 여당을 감시하며 의혹을 파헤쳐 오고 있는 눈엣가시와 같은 언론을 희생양으로 삼아 위기를 모면하려는 꼼수를 쓰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기자협회는 "막말 논란으로 궁지에 몰린 정부와 여당이 지금 해야 할 것은 궁여지책으로 언론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의혹 논란으로 외교 위기를 자초한 대통령의 사과와 내부적으로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이 먼저"라고 촉구했다.

주영진 SBS 앵커 "국민의힘, SBS와 KBS에는 공세 안 펴나?"

주영진 SBS 앵커 역시 정부와 여당이 MBC를 향해 공세를 펴는 것에 "MBC에 대해 국민의힘이 강하게 나가는데, 왜 KBS, SBS에는 그러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주 앵커는 26일 자신이 진행하는 '주영진 뉴스브리핑'에 출연한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과 대담을 하면서 김 의원에게 이렇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김 의원은 "최초 보도를 아마 MBC가 해서 그런 것 같다"고 답을 했고, 주 앵커는 "아까 표현하신 것 중에 저희가 그대로 따라갔다는 표현을 하셨는데"라고 짚었다. 이어 김 의원이 "그럼 확인을 다 하셨나"라고 묻고 주 앵커가 "네, 나름대로 확인을 해서 메인뉴스에서 그렇게 나간 것"이라고 답을 하는 등 공방이 벌어졌다.

주 앵커는 정부와 여당의 언론사를 향한 공세가 자칫 언론의 자유가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그는 "국민의힘에서는 MBC가 왜곡 보도했고, 민주당과 정언 유착을 했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여당에서 이렇게 나가는 것을 보면서 관련된 뉴스와 기사를 쓰는 게 굉장히 조심스러워졌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