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6일 미국 뉴욕 순방 중에 불거진 비속어 발언 논란에 대해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사과를 하는 대신 ‘언론사 오보’ 프레임으로 역공함으로써 국면을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여당이 부정확한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에 책임의 화살을 돌리고 야당과의 유착관계까지 제기함에 따라 여야 관계가 급속하게 경색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비속어 사용 및 발언 왜곡' 논란과 관련해 “논란이라기보다는 그와 관련한 나머지 얘기들은 먼저 이 부분에 대한 진상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해당 논란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힌 건 처음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미국 뉴욕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최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OOO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장면이 카메라 영상에 담겼다. 애초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발언으로 알려졌으나, 대통령실은 약 14시간 뒤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고, '국회' 역시 미국 의회가 아닌 한국 국회를 지칭한 것이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도 ‘바이든 대통령을 언급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정확한 데이터 분석을 위해 윤 대통령 발언을 전문가들에게 의뢰했고, ‘바이든’이라는 단어로 명확히 판단되진 않는다는 결론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발언이 왜곡됐다는 입장을 천명하자 대통령실과 여당은 일제히 비속어 논란을 MBC의 왜곡 보도로 규정하며 공세로 전환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순방외교와 같은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에서 허위 보도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악영향"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또 '이 XX들'이 사실상 우리 국회를 지칭한 것이었다는 김은혜 홍보수석의 기존 해명도 뒤집었다. 김 수석은 뉴욕 현지 브리핑에서 “개인적으로 오가는 듯한 거친 표현에 대해 느끼는 국민들의 우려를 잘 듣고 알고 있다”며 비속어 사용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듯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야당을 지목한 것이 아니다. 김 수석의 당시 설명은 ‘이 XX’보다는 바이든 대통령을 지칭했느냐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대답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비속어 발언 논란의 원인을 MBC에 돌리며 명예훼손 고발,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및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여권의 강경 대응은 이번 사태가 정권 초 국정 동력에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과거 이명박 정권 당시 ‘광우병 사태’를 겪으며 지지율이 급락했던 당시 분위기가 반복돼선 안 된다는 여권과 참모들의 건의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여권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을 언급했다고 100%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무리하게 보도가 나갔는데 유감이나 사과 표명을 먼저 한다는 건 이를 인정해버리는 꼴”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 영상기자단은 이날 비속어 논란을 야기한 취재 영상과 관련해 "어떠한 왜곡과 짜깁기도 없었다"며 "아울러 특정 방송사의 영상 기자를 음해하는 공격과 보도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