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기조 바뀌자…경주에 소형 원자로 건립 필요성 첫 인정

입력
2022.09.2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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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증로 없이 기술개발 가능"→"실증로 필요" 
원자력연구원 입장 번복...주민 반대 우려 커

'친원전'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 들어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소형모듈원전(SMR) 기술 개발을 위한 원자로(실증로)의 국내 건설 필요성을 인정하고 경북 경주를 후보 부지로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건설까지는 지역 사회의 반발 등 험로가 예상된다.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원자력연구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서면 답변서를 이 의원에게 제출했다.

"실증로 없이 기술개발 가능"→"실증로 필요" 입장 번복

원자력연구원은 수출용 혁신형 SMR 기술을 개발하면서 정부의 예산지원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왔다. 하지만 기술 검증을 위한 실증로(개발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만드는 시험용 원자로) 개발 필요성은 줄곧 부인했다. 이는 실증 데이터도 없이 다른 나라에 물건을 팔겠다는 의미나 다를 바 없다.

이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한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은 평가 보고서에서 "실증로 건설 계획을 반드시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원자력연구원은 "실증로 없이도 기술 개발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 같은 원자력연구원의 입장이 윤석열 정부 들어 180도 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원은 SMR 개발을 위한 실증로 건설 계획을 묻는 이 의원 질의에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내 실증로 건설을 통한 제작, 건설, 운전 시현성과 경제성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필요성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아울러 연구원은 “국내 고유 SMR의 2030년대 글로벌 SMR 시장 적기 진입 및 해외 개발 SMR 대비 경쟁력 확보를 위해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중장기 발전전략에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실증로 건설을 위해 염두에 두고 있는 후보 부지까지 경주 문무대왕과학연구소로 특정한 것이다. 해당 연구소는 원자력연구원이 SMR 기술 개발을 위해 2025년 준공을 목표로 지난해부터 경주에 짓고 있는 원자력 연구단지이다.

중·저준위 방폐장 있는 경주에 지을 경우 반발 예상

연구원의 구상을 가로막을 변수는 지역 사회의 반발 가능성이다. 실증로 건설은 기피시설인 신규 원전 건립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주는 이미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이 들어선 지역이라 관련 법에 따라 경주에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을 지을 수 없다.

그러나 국내 다른 지역엔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아직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경주에 실증로를 짓는다면 실증로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는 해당 지역에 저장해야 할 공산이 크다. 법 개정도 필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우려를 감안해 연구원은 답변 자료에 “향후 국회 포럼 등을 통한 국내 실증로 건설 논의 활성화가 요구된다”며 정치권이 여론 조성에 나서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인영 의원은 “한국의 혁신형 SMR이 개발에 성공해 수출되기 위해 그동안 원자력연구원이 부인하거나 감춰왔던 실증로 건설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며 “이제야 실증로 건설 필요성을 인정한 것은 다행이지만, 앞으로 사용후핵연료 처분 문제 등에 대한 실상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 동의를 반드시 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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