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교육부 공무원을 국립대 사무국장으로 파견하던 관행을 없애고, 이 자리를 타 부처 공무원과 민간에 개방하기로 했다. 대학 총장이 실질적인 사무국장 임용권을 갖게 해 대학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교육부는 국립대 총장이 사무국장 임용 방식과 후보를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인사개편을 추진한다고 26일 밝혔다. 이에 따라 국립대 사무국장 직위는 타 부처 공무원과 민간에 개방되며, 교육부 공무원의 임용은 원천 배제된다.
교육부에 따르면, 직제상 사무국장 직위가 있는 국립대는 27곳이다. 이 중 개방형 공모직으로 채용하는 6곳 외에 21곳에는 교육부 공무원이 파견돼 왔다. 현재 5곳은 공석이며 국립대에 사무국장으로 파견된 교육부 공무원은 고위공무원 7명, 3급 9명 등 총 16명이다. 이들 중 10명은 이날 대기발령됐고, 6명은 국정감사 이후 대기발령이 날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인사개편과 관련해 "예전부터 국립대를 지도·감독하는 교육부에 소속된 공무원이 피감 기관에 파견되는 구조적 모순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인사시스템 혁신을 통해 창조적·발전적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대기발령에 따른 업무 공백 우려에 대해선 "인사혁신처 등 관계부처와 협업해 새 사무국장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임용될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와 정치권에서는 이번 인사개편을 두고 대학에 대한 정부 통제를 완화하고 대학 자율성을 강화한다는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일거에 16명의 고위공무원을 대기발령 내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 공백 우려 외에도 '제 식구 챙기기'에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한 교육계 인사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서서히 개방형 자리를 늘려가는 식이 아니라 한꺼번에 16명의 국립대 사무국장을 바꾸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며 "특히 민간에까지 개방했다는 점, 동시에 16명의 인사를 채워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른바 '대선 공신'들을 챙겨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우려했다.
정치권에서는 현 정권의 '교육부 길들이기'라는 해석도 나온다. 교육계에 정통한 한 정치권 인사는 "국립대의 예산 증액이나 지배구조 개선 등 다른 문제는 언급하지 않은 채 교육부 고위 공무원들이 갈 수 있는 자리를 확 줄이는 결과를 낳는 사무국장 문제만 콕 찍어 내놨다는 건 정책적 개선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며 "두 명의 장관 및 후보자의 낙마를 막지 못한 교육부 공무원을 질타하는 조치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