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의 운명을 가를 법원 심리가 열리는 가운데 당권주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당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정진석 비대위가 좌초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새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시간표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어수선한 당내 상황에도 당권주자들은 당 안팎의 입지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김기현 의원은 25일 정책지원단 '영 피플 투게더'의 모집공고를 내면서 "기성세대와 청년을 아우르는 '플랫폼 리더십'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다른 당권주자들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김 의원의 외연 확장을 위한 행보인 셈이다.
나경원 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경기 고양에서 열린 '대한민국 방위산업전'을 방문한 사진과 함께 "우리의 방위산업의 비약적 발전을 보면서 안보는 물론 새로운 미래를 보았다"는 글을 올렸다. 보수층의 핵심가치인 안보에 대한 관심을 내세워 등판을 위한 몸풀기에 나선 것으로 읽힌다.
유승민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순방 외교를 꼬집으면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 22일에 이어 이날도 미국 순방에서의 '실언 논란'을 정면으로 때렸다. 그는 페이스북에 "막말보다 더 나쁜 게 거짓말이다. 신뢰를 잃어버리면 뭘 해도 통하지 않는다. 벌거벗은 임금님은 조롱의 대상이 될 뿐"이라고 직격했다.
당의 텃밭을 꾸준히 다지는 이들도 있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20일 경북 영주를 찾아 자신의 뿌리(순흥 안씨)가 대구·경북(TK)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준석 전 대표도 지난 15일 "앞으로는 부산·경남지역에서 많은 당원들을 만나겠다"며 TK에 이은 PK 공략을 공식화했다.
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배경에는 국민의힘 내홍이 일단락하기 위해선 오는 28일 서울남부지법의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 심문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새 비대위 출범 근거를 명확히 마련한 만큼 이번에는 법원이 비대위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반면 재판부가 첫 가처분 사건 때와 상이한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당이 지난 21일 재판부 기피신청을 낸 것도 이 같은 우려를 보여준 방증이다.
만약 법원이 '정진석 비대위'마저 제동을 건다면 국민의힘은 비대위를 더 이상 추진하기보다 지난주 선출한 주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으로서 지도부를 이끄는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도 법원이 제동을 걸 경우 "3차 비대위는 어렵고 '주호영 원톱 체제'로 가야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주 원내대표가 지도부 공백 장기화를 막기 위해 전당대회 준비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 과정에선 이 전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 추가 징계 여부도 변수로 꼽힌다. 비대위가 효력을 잃는다면 이 전 대표 권한이 살아 있는 '사고' 상태가 되면서 전당대회 개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리위가 이 전 대표를 제명한다면 '궐위' 상태가 되는 만큼 전당대회를 열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에 따라 당 윤리위가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 절차에 착수한 이상 기존 징계(당원권 정지 6개월)보다 무거운 '제명'이나 '탈당 권유'를 결정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