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원료인 원유(原乳) 가격을 정하기 위한 협상이 시작된 가운데 현재 리터(L)당 2,700원대인 우유 소비자가격이 3,000원을 넘어설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2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낙농진흥회는 20일 원유가격조정협상위원회를 열고 원유 가격 단가 조정 협의에 들어갔다. 국내 우윳값은 생산자·유업체·정부·소비자·학계 등 이사진 15명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에서 매년 협상으로 정한 원유 가격을 유업체·낙농가가 따르는 식으로 결정된다.
통상 8월부터 새 가격을 적용해 왔으나 올해는 이달 중순까지 협상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원유 가격 결정 체계를 기존 ‘생산비 연동제’에서 ‘용도별 차등가격제’로 바꾸는 정부의 낙농제도 개편안을 두고 낙농가와 유업체의 의견이 크게 엇갈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초 반대 입장에 섰던 낙농가가 입장을 선회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원유 가격 협상이 시작됐다.
이와 함께 농식품부는 내년 1월부터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시행될 수 있도록 세부 실행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차등가격제는 원유를 마시는 음용유와 치즈·버터 생산에 쓰이는 가공유로 나누고 음용유 가격은 현 수준을 유지하되, 가공유 가격은 더 낮게 책정하는 방식이다.
앞서 16일 낙농가과 유업계가 의결한 합의안에는 내년부터 용도별 차등가격제 적용 외에도 올해 원유 가격 협상에는 새 규칙을 적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양측이 합의한 가격 결정 시한(10월 15일)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새 규칙 마련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올해까지는 생산비 연동제에 따라 원유 가격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생산비 연동제대로라면 올해 원유 가격은 2020년 이월된 생산단가 인상분 L당 18원에 올해 상승한 생산단가 34원까지 합친 52원 내외(±10%)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적게는 47원에서 많게는 58원까지 오를 수 있단 뜻이다. 원유 가격이 L당 21원 상승한 지난해 우유 소비자가격이 150~200원 오른 점을 감안하면 올해엔 300~500원 뛸 수 있다.
현재 우유의 전국 소비자 평균가격이 L당 2,765원인 걸 감안하면 L당 3,000원 돌파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가뜩이나 물가가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우유를 원재료로 한 빵·아이스크림·커피 가격마저 줄줄이 인상되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과거 우윳값이 올랐을 때도 원유 가격 상승분의 일정 비율(10배)로 인상된 건 아니다”라며 “원유 가격을 올렸을 때 판매량이 줄어 오히려 손해를 볼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