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6' 서울 4200만·울릉은 3300만부터…전기차 보조금 지도 바뀔까

입력
2022.09.27 13:00
16면
2022년 하반기 전기차 보조금 살펴보니 
서울·경기에선 평택시·가평군 보조금 1위
보조금 정책 따라 신차 출고가 눈치싸움  
정부 "내년 구매 보조금 100만원 낮춘다"
내년 제도 개편 예고…어떻게 바뀔까 촉각


전기차를 사기로 결심한 서울 구로구에 사는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부모님 거주지인 충남 서산시로 주소지를 옮길지 고민에 빠졌다. 개인용 순수 전기차를 구매시 받을 수 있는 보조금 총액이 서울시에선 최대 900만 원이지만, 서산시에선 1,500만 원이나 되기 때문이다. 이는 평균 1,400만 원 수준인 충남도 내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보다도 100만 원 높다.

A씨는 27일 "신청일 이전 90일 이상 거주, 출고 후 2년 동안 의무 운행 등 강제 조항이 있지만 같은 차량을 최대 600만 원가량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단 점에서 고려해볼 만한 선택지"라며 "편법(주소지 이전) 유혹은 떨친 상태지만 전기차 보급이 확대될수록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들이 많아질 것 같다"고 했다.



울릉군 압도적 1위, 충청·호남 '기회의 땅'



자동차 커뮤니티 등에선 A씨처럼 전기차 구매를 앞두고 위장 전입을 고민하거나 실행한 사례들을 여럿 볼 수 있다. 이는 전기차 한 대당 최대 700만 원(개인 구매자 기준)으로 통일된 국비 보조금과 달리 지자체들이 따로 주는 보조금(지방보조금)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내년 보조금 총액(구매 보조금 600만 원·에너지효율보조금 100만 원) 가운데 구매 보조금을 500만 원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하는 등 해가 갈수록 보조금이 줄어드는 추세라 조급함도 더해지는 모습이다.

한국일보가 무공해차 누리집에 올라온 2022년 하반기 전기차 보조금을 전수조사한 결과 같은 차종의 전기차 구매 비용은 지역별로 최대 900만 원까지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출시된 현대자동차의 새 전기차 아이오닉6의 스탠더드 모델(5,200만 원)을 예로 들었을 때, 지원금 총액이 가장 낮은 서울은 보조금이 900만 원인데 가장 높은 울릉군은 서울의 두 배인 1,800만 원이다.

광역시 단위에선 대전과 울산(1,200만 원)이 가장 높았고, 경기에선 평택시와 가평군, 양평군(1,200만 원)이 가장 많은 보조금을 지급했다. 수도권을 뺀 지역들 중에는 충청과 호남의 보조금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충남과 충북 대부분 지역에선 전기승용차를 사면 최대 1,400만~1,500만 원을 보조받고, 전북은 최대 1,500만 원을 지원했다.

전남 대부분 지역은 최대 1,450만~1,550만 원을 책정했는데 특히 진도군은 최대 1,650만 원을 줬다. 최대 1,140만 원으로 똑같은 강원과 울릉군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1,300만~1,400만 원을 지급하는 경북·경남과 비교하면 충청과 호남에서 보조금을 더 많이 주는 셈이다.



보조금에 가격 끼워 맞추는 완성차 업체들


이처럼 국내 전기차 보조금은 ①인구 수 ②친환경 정책 ③주요 산업 특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압도적 1위' 울릉군 관계자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친환경에너지 자립 사업의 하나로 지방 보조금을 높게 책정했다"며 "지난해까지 울릉군의 전기차 비중은 7%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충전 인프라도 평균 3.7㎞마다 한 곳씩 설치되는 등 여건은 차츰 좋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도권에서 전기화물차에 가장 많은 보조금을 주는 경기 안성시(최대 2,300만 원) 관계자는 "도농 복합도시라는 특성에 따라 전기화물차 지원금이 상대적으로 더 편성된 것"이라고 했다.

전기차를 사려는 사람들 사이에선 그러나 보조금 정책 취지를 되짚어 볼 때란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역마다 보조금 차이가 워낙 커서 형평성이 떨어지고 편법 구매 가능성도 여전히 높단 이유에서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전기차에 쓰인 기술과 환경에 끼치는 영향보다 차량의 출고가를 절대적 기준으로 둔 보조금 정책 때문에 시장 혼선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이를 차츰 줄여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다.

특히 일부 수입차 브랜드가 연초에 확정된 한국 보조금 정책에 따라 '맞춤형 출고가'를 내놓는 꼼수가 반복되자 정부의 보조금 책정 기준의 틀을 바꿔야 한단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테슬라의 경우 지난해 출고가 6,000만 원 미만 차량에 최대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국내 정책에 맞춰 상반기 출시된 모델Y 가격을 5,999만 원으로 책정, '보조금 싹쓸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최대치 지급 기준을 출고가 5,500만 원 미만으로 낮춘 올해에도 비슷한 일은 이어졌다. 폭스바겐이 ID.4 출고가격을 5,490만 원으로 정하면서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보조금 최대 지급 기준에 신차 가격을 맞추다 보니 통신모듈 등 주요 기능들이 기본 옵션에서 빠져 국내 고객들의 불만을 사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 "보조금 정책, 기술혁신 촉진도 고려해야"


보조금을 둔 잡음이 끊이질 않자 정부도 제도의 문제점들을 개선해 보겠다며 하반기부터 연구 사업을 진행하는 등 움직이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연말에 업계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모으고 관계 부처 논의를 거쳐 제도를 개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개편 과정에서 소비자 실익과 관련 산업 기술 혁신을 앞당길 수 있게 균형감 있는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기차 가격 하락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어 한동안 시장에선 보조금 효과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단순히 보급 확대에만 신경 쓰지 말고 전기차 관련 기업의 기술 혁신을 촉진할 수 있게 정책 방향이 설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