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3일 2020년 상반기 종합편성채널(종편) TV조선 재승인 심사 당시 ‘고의 감점’ 의혹과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를 압수수색했다. 감사원 감사에 이어 검찰 수사까지 본격화하면서 사퇴 압력에 직면한 한상혁 방통위원장의 부담도 커지게 됐다.
서울북부지검은 이날 경기 과천시 방통위 청사와 재승인 심사를 맡은 일부 위원의 사무실에 수사관을 보내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 압수수색은 재승인 심사를 담당하는 방송정책국, 방송지원정책과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검찰 강제수사는 예견된 것이었다. 앞서 6월 감사원은 방통위 정기감사를 진행하면서 일부 재승인 심사위원이 TV조선과 채널A의 평가 점수를 고의로 낮게 수정한 정황을 발견했다. 감사원은 심사에 참여한 위원 13명 전원을 조사한 뒤 이달 7일 TV조선 감사 자료를 대검찰청에 넘겼다. 대검은 사건 관계자들의 주거지 등을 고려해 서울북부지검에 해당 사건을 배당했다.
TV조선은 2020년 4월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 총점 653.39점을 받아 재승인 기준(650점)을 가까스로 넘겼다. 다만 ‘중점심사 사항’이라는 평가 항목이 있는데, 여기서 총 배점의 50% 이상을 받지 못하면 과락 처리돼 조건부 재승인 혹은 재승인이 거부된다.
TV조선은 중점심사 사항인 ‘방송의 공적책임ㆍ공정성의 실현 가능성과 지역ㆍ사회ㆍ문화적 필요성’ 부문에서 210점 만점에 104.15점을 기록해 배점 50% 획득에 실패했다. 그 결과, ‘또 한 번 과락이 나오면 재승인이 거부될 수 있다’는 조건을 달고 재승인을 받았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한 위원장의 거취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한 위원장의 임기(3년)는 내년 7월까지지만, 그는 현 정부 출범 초부터 꾸준히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국민의힘은 한 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이날 압수수색에 한 위원장 사무실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방통위는 점수 조작은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방통위는 8일 보도자료를 내어 “심사위원들은 외부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심사ㆍ평가하고, 방통위도 점수평가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당 추천 위원인 안형환 부위원장과 김효재 상임위원은 별도 입장문에서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위원회 명의의 입장 발표는 적절치 않으며 검찰 수사로 이어지면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