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 한일 정상 만남에 의미 부여… 일본 측에 적극적 자세 주문

입력
2022.09.23 08:30
일본 정부 '간담(회)'이라 부르며 의미 축소
소극적 태도 여러 언론이 비판
"신뢰 되찾는 발걸음 되길"


일본 언론이 2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약식 회담을 양국 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으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일본 정부가 이 회담의 명칭을 굳이 ‘간담(회)’이라고 부르며 의미를 축소하려 한 데 대해서는 “자민당 보수파를 지나치게 의식하지 말라”며 관계 개선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23일 마이니치신문은 이 사안을 보도한 신문 중 유일하게 두 정상의 만남을 ‘간담’이 아닌 ‘회담’으로 표현하며 한국보다 일본 정부의 관계개선 노력을 강하게 주문했다. 신문은 사설에서 “양국 정상의 대면 회담은 2년 9개월 만”이라며 “그동안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는 발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설은 “자민당을 지지하는 보수층 중에는 징용 문제 해결의 길이 보이지 않은 상태로 정상회담에 응하는 데 대한 반발이 있지만, 그런 목소리를 의식해 총리가 주저한다면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근 국가와의 관계를 안정시키는 것은 외교의 기본”이라며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라도 총리는 한국과의 대화를 거듭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사히신문도 한일 정상 간 대화를 “정상으로 돌아가는 첫걸음”이라 표현한 사설에서 “30분 동안 정상끼리 이야기를 나누고도 그 외교 행사의 호칭부터 엇갈리는 것은 어린애 같다”고 한탄했다. 신문은 “자민당 보수파를 신경 쓴 기시다 정권은 (징용 문제에 대한) 구체적 제안을 받기 전 접촉을 회담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 같고, 한국 측은 일방적으로 한일 정상이 만나겠다고 발표해 일본 측을 화나게 했다”며 이번 회담과 관련한 두 나라 정부의 언행을 모두 비판했다. 이어 “호칭을 떠나 두 정부는 오랜만에 이뤄진 정상 간 대화를 시작으로 현안 타개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두 정상은 자국 내 이해타산이나 평가에만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현안이 많아 정상끼리 머리를 맞대는 의의가 크다”고 평가하며 “두 정부는 정상의 지도력 아래 대화를 통한 해결에 속도를 내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신문은 “한일 관계를 양자뿐 아니라 국제정세를 넓게 내다본 전략적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며 “한미일 공조는 지역 안보의 핵심 중 하나인데, 방위비 증액이나 적의 군사거점에 대한 반격능력 보유 논의를 진행하면서도 미국과 동맹인 한국과 대립하는 광경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보수적 논조의 요미우리신문과 산케이신문은 이번 사안에 대해 별도로 사설을 쓰지 않았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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