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공 주사, 수술 후 재발한 허리디스크 치료에 효과

입력
2022.09.22 22:08

신경이 지나는 구멍인 ‘신경공(神經孔·neuropore)'을 통한 ‘경막 외 스테로이드 주사’가 수술 후 재발한 '요추 추간판 탈출증(허리디스크)' 통증 조절에 효과적이며, 재수술률을 크게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재발한 허리디스크 부위에 신경공을 통한 주사 치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면 재수술로 인한 재활 치료나 후유증 부담 없이도 충분한 통증 완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영준ㆍ이준우 분당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2009년 1월~2018년 3월 허리디스크 수술 후 심한 통증을 호소해 재발이 확인된 환자 77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허리디스크는 척추 뼈 사이 디스크가 돌출돼 심한 허리 통증과 신경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허리디스크로 진료를 받는 환자는 한 해 200만 명에 달한다. 환자 대부분은 약물 복용ㆍ주사 치료 등 비수술적 치료로 통증 조절이 가능하다.

수술적 치료는 이런 치료에도 극심한 통증이나 감각 이상이 지속되거나, 힘이 빠지는 증상이 생겼을 때 시행한다.

하지만 수술받아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경과에 따라 디스크가 재발하는 ‘재발성 허리디스크’ 환자도 적지 않다.

수술 환자의 23%에서 디스크가 재발하는데, 일정 기간 비수술적 치료에도 통증이 조절되지 않으면 재수술하게 된다. 현재까지 디스크 수술 후 재수술률은 5년 내 13.4%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술 이력이 없는 보통의 허리디스크 환자에게 가장 널리 시행되는 비수술적 치료는 ‘허리디스크 주사’ ‘신경 블록’으로 알려진 경막 외 스테로이드 주사다.

이는 보통의 디스크 환자에서 높은 통증 조절 효과가 입증된 반면, 재발성 허리디스크의 경우 관련 연구가 매우 제한적이어서 그 치료 효과에 대한 근거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연구팀은 환자 77명 중 보존적 치료만으로 호전된 환자와 수술 후 입원 중 재발해 즉시 응급 수술을 시행한 환자를 제외한 나머지 37명에게 신경공을 통해 주사 치료를 시행하고 예후를 관찰했다.

그 결과, 해당 주사 치료를 받은 환자 37명 중 20명(54.1%)이 재수술을 받지 않고도 증상이 회복됐고, 치료 2주 후 환자가 느끼는 통증 강도(VAS)는 평균 6.6점에서 3.7점으로 크게 감소했다.

이는 이미 효능이 증명된 수술을 받지 않은 일반적인 허리디스크 환자에 대한 주사 치료 효과와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또한 연구팀은 이러한 주사 치료에도 불구하고 재수술한 환자의 임상적 특성도 규명했다.

심한 통증과 더불어 감각 이상, 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을 호소하거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디스크 형태가 뾰족하게 튀어나왔거나 흘러내린 양이 많은 경우 재수술 가능성이 높았다.

이영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재발 환자에 대한 실제 치료 효과를 영상학적 분석과 함께 살펴본 연구로 신경공을 통한 주사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했다.

이준우 교수는 “최근 척추 질환 치료 경향은 점차 보존적인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며 “연구 결과에 따라 재발한 디스크 부위에 신경공을 통한 주사 치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면 재수술에 따른 재활 치료나 후유증 부담 없이도 충분한 통증 완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구 결과는 최근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이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