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위장수사' 도입 1년... 아동·청소년 성범죄자 261명 검거

입력
2022.09.22 17:24
"성인 범죄로 위장수사 확대" 의견도

20대 남성 A씨는 올해 초부터 해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아동ㆍ청소년 성(性)착취물 30여 편을 편당 3만 원에 팔았다.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신분을 철저히 숨긴 채 영상 구매자로 가장해 A씨에게 접근했고, 관련 정보 조각들을 하나 하나 맞춰나간 끝에 이달 초 검거에 성공했다.

경찰이 ‘위장수사’를 시행한 지 1년 만에 아동ㆍ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자 261명이 붙잡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지난해 9월 24일부터 올해 8월 31일까지 약 1년 간 위장수사를 시행한 결과, 183건을 수사해 261명(구속 22명)을 검거했다고 22일 밝혔다. 범죄 유형별로 보면 아동 성착취물 판매 및 배포, 광고(179명ㆍ68.5%)가 가장 많았고, 성착취물 소지ㆍ시청(73명), 성착취물 제작ㆍ제작알선(8명)이 뒤를 이었다. 성착취 목적 대화범 한 명도 붙잡았다.

현행법상 위장수사는 아동ㆍ청소년을 상대로 한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만 활용할 수 있다. 위장수사는 문서, 전자기록 등을 토대로 경찰 외 신분으로 접근하는 ‘신분 위장’과 경찰관 신분을 공개하지 않는 ‘신분 비공개’로 나뉜다.

신분 위장 수사는 사건별로 법원의 허가를 받고, 신분 비공개 수사는 경찰 내부 승인 절차에 따라 수사 종료 후 국가경찰위원회 및 국회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국수본은 경찰위에는 신분 비공개수사가 끝났을 때, 국회에는 1월과 7월 관련 자료를 제출하는 등 통제 절차를 이행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위장수사 기법이 범죄 혐의 입증과 공범 추적 등에 효과가 있다고 자평했다. 국수본 관계자는 “법원이 발부한 압수ㆍ수색ㆍ검증영장으로도 확보하지 못하는 온라인 증거를 위장수사를 통해 수집해 과거보다 선제적ㆍ적극적 대응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위장수사 대상과 범위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성인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도 위장수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국수본은 “수사 초기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연령대를 구분하기 어렵고, 성인 피해자가 느끼는 고통 역시 아동ㆍ청소년 못지 않다”면서 위장수사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도 “최근 첨단화ㆍ조직화되고 온ㆍ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 범죄 특성상 성범죄뿐 아니라 마약범죄에도 위장수사 도입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