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세 여아 4명을 성폭행하고 지난해 출소한 '아동 연쇄 강간범' 이모씨의 신상과 거주지를 알려달라는 요청이 온라인에서 쇄도하고 있지만, 현행법으로는 신상공개가 불가능하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미성년자 10여 명을 연쇄 강간하고 내달 출소하는 김근식과 달리 이씨는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선정하는 '성범죄자 신상공개 대상자'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이씨는) 모든 (성범죄자 제재)법의 영역에서 벗어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1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씨의 신상 공개를 위해 여러분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제목의 글과 함께 판결문이 올라왔다.
전직 중고차 딜러인 이씨는 2004년부터 2년여간 비슷한 수법으로 10세 여아 4명을 성폭행하고, 1명을 성추행했다. 그 이전인 1990년대 초반에도 미성년자를 성추행하거나, 성추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바 있다. 구체적인 범행 사례도 적시됐다. 2004년 11월 서울 마포구 가정집에 침입해 "말을 듣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위협하며 10세 아동을 성폭행했고, 저금통에 들어 있던 3만 원 상당의 현금도 훔쳤다. 2005년 4월에는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혼자 놀고 있는 10세 아동을 차로 유인해 강제추행했다. 2006년 3월 20일과 29일, 4월에도 10세 아동을 비슷한 수법으로 차로 유인한 뒤 공터로 데려가 칼로 위협하고 성폭행했다.
이씨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2006년 7월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다른 성범죄자들과 달리 성범죄자 신상 공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승 연구위원은 "이 사람이 마지막 범죄를 저지른 게 2006년 4월"이라며 "성범죄자 알리미 관련 법은 2008년 2월 4일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소급적용이 불가능해 이씨가 '법의 사각지대'에 설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승 연구위원은 "(성범죄자 주변에 사는 이웃들이 범죄자 신상 관련) 우편물을 받는 것도 2008년 4월 16일 시행됐다"고 말했다. 이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한폭탄급 범죄자'라는 말을 듣는 이유다. 판결문을 올려 공유한 한 네티즌은 "이름이야 개명하면 되고 직업도 바꾸면 그만"이라고 지적했다.
'미성년자 연쇄 강간범 김근식도 애초에는 신상공개가 안 됐다가, 가능해졌다'고 진행자가 제안하자, 승 연구위원은 "그와 관련된 성범죄자 등록 열람제도도 2006년 6월 30일부터 시행됐다. 그의 마지막 범죄는 2006년 4월 22일"이라며 이씨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2000년 7월 1일 도입된 신상공개 제도는 처음에는 성매수 및 성매매 행위자 등 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 등의 성범죄로 형이 확정된 자가 그 대상이었다. 2005년 12월 개정되면서 청소년에 대한 강간 및 강제추행 등으로 2회 이상 실형을 선고받고 형이 집행된 자를 대상으로 재범 우려자의 정보를 등록하고 열람하는 등록 및 열람 제도로 운영됐다.
승 연구위원은 "김근식은 2006년 6월 30일 이후인 7~9월에도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국가청소년위원회에서 (성범죄자) 등록결정을 했다"며 "2022년 법무부와 여성가족부, 법원이 이 등록결정을 정보공개해 달라고 해서 (신상공개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실을 설명해야 하는 전문가들도 답답하긴 매한가지다. 승 연구위원은 "이렇게 위험한 사람이 사회에 나와서 우리 곁에 있어야 하느냐"며 "(국민들의) 분노와 불안을 감안하면 사회보다는 조금 장소에서, 다른 처우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