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이른바 'SKY'로 불리는 3개 대학에서 자퇴 등의 이유로 중도탈락한 학생이 총 1,971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7년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취업이 잘되는 의약계열이나 상위 대학 입학을 위해 반수를 택하는 학생이 늘어난 이유로 분석된다.
21일 대학알리미와 입시업계 등에 따르면 2021학년도 4년제 대학 중도탈락 학생 수는 9만7,326명으로 재적 학생의 4.9%에 달했다. 대학생 20명 중 1명은 반수 등의 이유로 학교를 그만둔다는 얘기다. 2008년 대학알리미를 통해 중도탈락 학생 관련 공시를 시작한 이후, 인원과 비율 모두 가장 높은 수치다.
중도탈락은 자퇴, 미등록, 미복학, 제적 등을 포함한다. 지난해 중도탈락 사유를 보면 자퇴가 62.4%로 가장 많고, 미복학(22.6%), 미등록(10.7%)순이었다. 이들 중 일부는 취업 전선에 뛰어들겠지만, 대부분은 학교·학과 업그레이드를 위해 반수·재수 등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최상위권으로 꼽히는 SKY대학의 중도탈락 학생 추이를 보면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2007년 3개교의 중도탈락 학생은 총 889명으로 재학생의 1.1%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4년 1.5%, 2018년 1.8%에 이어 2020년에는 2.1%로 2% 선을 뚫었다. 지난해에는 무려 0.5%포인트나 급증하며 2.6%를 기록했다. 학교별로는 서울대 405명(1.9%), 연세대 700명(2.6%), 고려대 866명(3.2%)이 지난해 학교를 그만뒀다.
오종운 종로학원 평가이사는 "명문대로 꼽히는 학교에서도 중도탈락 학생 수가 증가하는 것은, 서울대의 경우 반수를 해서 의약계열로 진학하거나 학과를 바꿔 입학하는 학생이 대부분이며, 연세대, 고려대는 서울대나 의약 계열로 입학하는 학생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위권 수험생의 대학 진학 흐름이 학교 간판에서 의약계열 등 전문직 선호로 바뀐 경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경향은 SKY 대학 중도탈락자의 단과대별 비중을 보면 알 수 있다. 3개 대학 모두 공대 출신 탈락자가 가장 많았다. 서울대는 공대에 이어 농업생명과학대, 자연과학대순이었으며, 고려대는 생명과학대, 보건과학대가, 연세대는 이과대, 생명시스템대 등이 많았다. 즉 이과 상위권 학생들 중 상당수가 SKY 공대, 이과대 등을 포기하고 의대, 치대, 약대 등으로 갈아탄다는 뜻이다.
서울보다 지방대학의 중도탈락자 비율이 높아 대학 양극화가 뚜렷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SKY를 비롯해 성균관대, 서강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 서울 주요 15개 대학과 9개 지방 거점 국립대의 중도탈락 학생 비율을 비교하면 지난해 서울권 대학은 3.1%, 지방 국립대는 4.3%로 나타났다. 2020년 서울권 2.9%, 지방 국립대 3.7%에 비해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지방 거점 국립대 중에서는 강원대가 6.1%, 서울 주요 대학 중에선 홍익대가 4.1%로 중도탈락 비율이 가장 높았다.
오종운 이사는 "이 같은 결과는 최근 지방 거점 국립대의 위상이 예전보다 많이 떨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지방 거점 국립대를 벗어나 서울 소재 대학으로 진학하거나 의약계열로 갈아타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