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름철 재유행이 정점을 지나고 최대 고비였던 추석 연휴 이후에도 확진자 감소세가 이어지자 방역당국이 본격적인 '출구 전략' 검토에 들어갔다. 50인 이상 실외 행사·집회 시 마스크 착용, 입국 1일 차 유전자증폭(PCR) 검사 의무가 우선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마스크 착용은 호흡기 감염병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방역조치라 전파 위험이 낮은 부분부터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실외는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이 낮아 남은 의무를 해제한다면 가장 먼저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외 마스크 관련 '남은 의무'는 집회나 스포츠경기, 콘서트 등 50명 이상 모이는 실외 행사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뜻한다. 이를 제외한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는 지난 5월 모두 사라졌다. 하지만 50명 이상 참석 여부 파악이 어렵고, 경기장은 물론 실내인 영화관에서도 음식물을 먹을 수 있어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미 해외 주요 국가들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도 없앤 상태다.
다만 방역당국은 코로나19가 겨울에 독감과 동시 유행할 가능성이 있어 당분간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는 유지할 전망이다. 정기석 국가감염병대응자문위원장도 실내 마스크 해제 시기를 내년 봄으로 언급한 바 있다.
마스크 착용이 정서·언어, 사회성 발달을 저해해 유아의 경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방역당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현재 2세 이상이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부여된다. 박혜경 방대본 방역지원단장은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어 마스크 착용 의무 완화 때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입국 후 PCR 검사 해제 여부도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해외 입국 확진 사례가 하루 300명 안팎에 불과하고 미국, 캐나다, 일본 등은 백신 미접종자로 검사 대상을 한정하고 있다. 임숙영 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방역 상황을 추가 모니터링하고 해외 사례와 전문가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남은 방역 조치 해제가 검토되는 것은 여름 재유행이 확연히 둔화됐기 때문이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4만7,917명으로 추석 연휴를 거친 뒤에도 4주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위중증 환자는 500명 수준이지만 병상가동률은 3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 7월 상륙한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2.75(일명 켄타우로스)에 대한 우려도 일단락됐다. 당초 역대 바이러스 중 가장 강한 전파력과 면역 회피 특성을 가졌다고 알려진 BA.2.75는 전파 속도가 현재 우세종인 BA.5보다 느렸다. 국내 검출률은 지난달 말 1.6%에서 이달 들어 0.8%로 더 내려갔다. BA.2.75 확진자는 모두 재택치료 후 회복됐고, 위중증이나 사망 사례도 없었다.
방대본은 BA.2.75의 위험도가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임숙영 상황총괄단장은 "분석 대상이 적다는 일부 제한점은 있지만 동일한 방식으로 평가한 BA.5에 비해 BA.2.75의 전파력이 더 높은 경향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