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피해 첫 정부 보상 판결...인과성 인정 확대 계기로

입력
2022.09.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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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 뇌질환 진단을 받은 남성에게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코로나19 백신 피해와 관련한 소송은 9건인데 피해자가 승소한 사례는 처음이다.

피해자는 지난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뒤 뇌내출혈 등이 발생한 30대 남성으로 질병관리청을 상대로 예방접종 피해보상 신청거부 취소 소송을 내 최근 승소했다. 백신 접종 뒤 어지럼증, 다리 저림 증상을 느꼈고, 이어 뇌내출혈ㆍ대뇌해명 혈관기형 진단을 받아 진료비ㆍ간병비 신청을 했다. 이에 질병청은 “뇌혈관 기형 등은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며 보상을 거부했다. 하지만 법원은 “예방접종 전에는 관련된 어떤 증상도 없었으므로 피해가 예방접종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며 "피해를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백신 접종과 피해와의 인과성을 의학적으로 판단하기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질병청이 인과성을 명확히 인정하는 주요 이상반응은 심근염, 혈소판 감소, 혈전증 등 5개밖에 안 돼 다양한 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들의 불만은 높다. 실제로 백신 접종 이상 피해보상 심의가 완료된 4만5,000건 중 보상이 결정된 사례는 32%밖에 안 된다. 기각된 사례 대부분은 백신이 아닌 다른 이유로 피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인과성이 의심되는 질환 피해자의 의료비 지원액을 높이고 이의신청 횟수를 확대하는 등 피해자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있다지만 백신 접종에 대한 불신을 가라앉히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한정된 예산으로 피해자를 보상하고 지원해야 하는 당국의 입장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부 정책에 따라 백신을 접종한 국민들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태도다. 특히 다른 백신과 달리 코로나19 백신은 충분한 검증 없이 긴급승인을 받았고 사용된 지도 2년밖에 안 돼 어떤 피해가 발생할지 엄격히 따지기는 쉽지 않다. 백신 접종과 피해와의 인과성 인정을 확대하고 보다 전향적인 보상 시스템 마련을 위한 정부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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