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캠프 영입인재 1호 조동연 "아이들이 날 살렸다"

입력
2022.09.19 16:30
"보수진영, 여군 진보 합류 모순이라 느껴"
"공인 사생활 집착, 내 경험 변화 계기 되길"

지난해 이재명 대선후보의 '1호 영입인재'로 발탁됐다가 사임한 조동연 서경대 교수가 혼외자 논란 뒤 자살을 시도했다며 "아이들이 나를 살렸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의 심경을 전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정치를 하겠다는 결정 때문에 가족과 아이들이 많은 고통을 겪었다. (그 결정을 한) 나 자신에게 정말 화가 났다"며 회상했다. 이어 "어느 날 밤 내가 화내는 걸 보고 아이들은 내가 과거에 무엇을 했든 괜찮다고 했다. 아이들은 엄마가 자신들을 보호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그 말이 내 삶을 구했다"고 덧붙였다.

서경대 군사학과 조교수인 그는 지난해 11월 이재명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발탁됐지만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의 혼외자 의혹 제기로 논란이 일자 사흘 만에 사퇴했다.

당시 조 교수는 입장문을 통해 '과거 성폭행을 당해 원치 않은 임신을 했으나 폐쇄적인 군 내부의 문화와 사회 분위기 등으로 인해 신고하지 못했다'며 가세연과 강용석 변호사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조 교수는 당시 대선캠프 합류를 결정한 데 대해 "제대 후 한국 군대와 사회 사이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꿈이었다"며 "도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영광이었고 일을 맡았지만, 내 관여가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전혀 몰랐다"고 회고했다.

조 교수가 가세연의 '표적'이 된 배경에 대해, 가디언은 조 교수가 보수적인 군대에서 성공한 여성이 진보 진영에 합류했기 때문이라는 일각의 분석을 전했다. 조 교수도 "한국 우파는 유권자들 마음을 사기 위해 국가 안보 이슈를 활용한다. 여군 출신인 내가 민주당에서 일하는 걸 보고 많은 사람들이 괴로워했고, 모순이라고 느꼈다"며 "그래서 그들이 나를 공격하기로 결심했다"고 주장했다. "대선은 남성과 여성, 기성세대와 신세대, 지역들 간 분열에 관한 것이었고, 내게 일어난 일은 그 분열의 징후"라는 설명이다.

가디언은 조 교수가 공인의 사생활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한국 사회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려는 희망으로 이번 인터뷰에 응했다고 전했다. 조 교수는 "한국에선 연예인을 비롯해 공인에 대한 대중의 기대가 너무 높다. 아마 10년 또는 20년 후엔 사람들의 시각이 바뀔 것"이라며 "내게 일어난 일이 그 변화를 가져오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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