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물은 녹조로부터 안전한가?

입력
2022.09.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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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여름이 되면 불청객 녹조가 찾아온다. 녹조의 원인인 남조류는 다양한 독소를 생산하여 생태계 안정성을 위협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독소는 마이크로시스틴이며, 270여 종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실제 환경에서는 LR, RR, YR 등 3종의 마이크로시스틴이 대부분이며, 우리나라도 이들 3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대구의 정수장(매곡, 문산, 고산) 정수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져 국민적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과연 먹는 물은 안전한가?

마이크로시스틴은 정수 과정에서 제거되며 특히 오존·활성탄과 같은 고도산화공정을 통해 대부분 제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남가주 수도국은 마이크로시스틴 중 독성이 가장 강한 LA를 첨가(350ppb)한 물을 오존 처리(0.3ppm, 1분)했을 때 99.9% 이상의 독소가 제거되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이와 관련해 대구의 매곡과 문산 정수장은 그보다 더 높은 농도와 긴 시간 동안 오존 처리를 하고 있어 원수에 독소가 있더라도 대부분 제거되었을 것으로 판단한다.

마이크로시스틴 분석은 액체크로마토그래피법(LC-MS/MS)과 효소면역분석법(ELISA)을 가장 널리 사용한다. ELISA법은 마이크로시스틴 총량을 정량할 수 있으며 분석 비용이 저렴하지만, LC-MS/MS법에 비해 선택성이 낮아 방해물질에 의해 과대평가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마이크로시스틴 농도가 낮은 정수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의 부산물에 의한 위양성(false-positive)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정수를 ELISA법으로 분석한 결과를 활용할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캐나다는 ELISA법으로 분석한 독소가 기준을 초과하면 LC-MS/MS법으로 최종 확정하도록 정해져 있고, 미국도 ELISA법으로 0.3ppb 이상 독소가 검출되면 LC-MS/MS법으로 종류를 분석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환경단체에 의해 정수에서 독소 검출이 알려진 이후, 환경부는 ELISA법과 LC-MS/MS법 모두 활용하여 분석한 결과 독소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시료 채취 시기가 달라 한계는 있으나, 고도산화공정에서 대부분의 독소가 제거되고 저농도에서 ELISA법의 한계에 대한 다수 연구 결과를 참고한다면, 조류독소로부터 수돗물은 안전하다고 평가해도 되리라 본다. 다만 LC-MS/MS법으로 검출되지 않은 독소가 환경단체의 ELISA법에서 검출되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가에 의한 과학적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먹는 물의 안전성은 건강한 삶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선행 연구에서 확보한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조류독소에 대한 관리 기준을 설정하고, 최적의 모니터링 방법과 관리 대책을 수립하여 먹는 물의 안전성 관련 국민들의 물음에 답을 해야 할 것이다.


조영철 충북대 환경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