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는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 했던가.
지난 대선에서 특유의 '브로맨스'를 자랑하던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국민의힘 내홍 사태를 거치며 크게 갈라지는 모습이다.
홍 시장은 1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당 중앙윤리위원회 추가 징계 개시에 반발하는 이 전 대표를 겨냥, "세상은 언제나 본인 중심으로만 돌아가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이 전 대표가 "표현의 자유"를 거론하며 윤리위 추가 징계 개시를 비판한 것을 두고도 홍 시장은 "표현의 자유도 그 내재적 한계를 벗어나면 보호받지 못한다. 정치판에는 표현의 자유도 있지만 징계의 자유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맞받았다.
앞서 국민의힘 윤리위는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 개시를 발표하며 "당원·당 소속 의원·당 기구에 대해 객관적 근거 없는 모욕적·비난적 표현 사용 및 법 위반 혐의 의혹 등으로 당의 통합을 저해하고 당의 위신을 훼손하는 등 당에 유해한 행위를 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 전 대표가 지난달 13일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비판하며 '개고기', '양두구육', '신군부' 등 발언을 쏟아낸 데 대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추가 징계를 촉구한 데 따른 조치다.
냉기가 흐르지만 두 사람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서로를 각별히 챙기며 케미를 과시해온 돈독한 사이였다.
대선 당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였던 홍 시장은 경쟁자였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와 이 전 대표가 힘겨루기를 할 때마다 이 전 대표 편을 들어주며 챙겼다. 홍 시장이 대선 경선에서 패배 후 칩거에 들어갔을 때도, 먼저 손을 내민 건 이 전 대표였다.
이 전 대표는 홍 시장 자택에 빵까지 사 들고 직접 찾아가 홍 시장의 복귀를 설득했고, 이후 홍 시장은 선대위에 합류해 대선 승리에 일조했다. 당시 홍 시장의 행보는 향후 6·1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에 당선되며 정치적 재기에 성공하는 밑거름이 됐다.
대선 이후에도 두 사람은 서로의 든든한 지원군을 자처했다. 이 전 대표가 윤리위원회 회부 등 시련을 겪을 때만 해도, 홍 시장은 "본인은 얼마나 답답하겠냐, 그냥 놔두라"고 살뜰히 챙기는 모습을 보였고,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관계자)과의 내홍이 격화됐을 때도 "둘 다 구질구질하다"며 양측을 싸잡아 비판, 양비론적 태도를 취했다.
살갑던 두 사람의 관계는 이 전 대표에 대한 윤리위의 징계가 결정 된 이후부터 180도 달라졌다. 홍 시장이 '법적 대응은 말라'고 훈수를 뒀지만 이 전 대표가 이를 거스르고 '소송 전쟁'에 나서면서 틀어지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홍 시장은 이후 이 전 대표를 향해 "자신이 살려고 동료집단을 매도하는 비열한 짓을 막시무스는 하지 않았다", "끝없는 조롱정치로 분탕질을 계속하면 자신도 조롱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며 자제를 촉구해왔다. 이 전 대표도 가만히 있지 않았는데 "홍준표 대구 시장의 말대로 행동하면 위험하다"며 홍 시장을 향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우군'마저 등을 돌린 이 전 대표에 대해 민심도 떠나가는 모습이다.
한국갤럽이 장래 정치 지도자 상위 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호감도 조사에서 이 전 대표는 비호감도가 가장 높은 정치인으로 뽑혔다.
한국갤럽이 지난 16일 발표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13~15일 전국 18세 이상 1,000명 대상)에서인데, 이 전 대표에 대한 호감도는 24%, 비호감도는 65%였다. 조사 대상 8명 가운데 호감은 가장 낮고, 비호감은 가장 높은 '비호감 대장' 정치인의 불명예를 차지했다.
호감도를 기준으로 봤을 때 이 전 대표는 여성(18%), 50대(19%), 70대 이상(15%)에서 점수가 특히 낮았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이 전 대표의 호감도는 28%에 그쳤다.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