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스토킹 살인' 추모 봇물... 주말 전국으로 확산

입력
2022.09.18 16:26
전국 곳곳 추모 열기

“강남역 살인사건 때 추모하지 못해 이번엔 꼭 현장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경기 광주시에 사는 직장인 이아름(28)씨는 1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에서 추모를 마친 뒤에도 쉽사리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이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누군가가 하루만 저를 쳐다보고 있다고 가정해도 끔찍할 것 같은데, (피해자가) 그토록 오랜 시간 고통 받았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해자 역무원 A(28)씨를 추모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주말을 맞아 평일에 미처 현장을 찾지 못한 시민들이 서울뿐 아니라 각 지역에서 신당역으로 모여들었다. 경기 수원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27)씨는 “삶과 직결돼 있는 장소에서 범죄가 발생했는데 ‘여성이 행복한 화장실’이 말이 되느냐”면서 “사회는 변하지 않고 피해자만 계속 나오는 현실에 목소리를 내고 싶어 방문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에서 3시간 넘게 고속버스를 타고 왔다는 모모(26)씨는 한 손에 국화꽃을 든 채 “(피해자와) 인연은 없지만, 사회 구성원으로서 죄책감을 느꼈다”며 “평안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했다.

사건 발생 장소인 여자화장실 앞과 신당역 10번 출구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는 고인의 명복을 비는 포스트잇 메시지가 빼곡하게 붙었다. 추모객들은 수많은 메시지를 하나하나 눈에 담으며 한참을 머물렀다. 전날에는 이곳에서 진보당 인권위원회 등 단체가 연 추모제에 시민 100여 명이 검은색 옷을 입고 참석하기도 했다.

추모 분위기는 전국으로 퍼지는 중이다. 이날 대구의 한 여성단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구 동성로 일대에서 추모제를 연다고 밝혔다. 민간 여성단체 ‘백래시공동대책위원회 팀 해일’에 따르면 대전, 광주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A씨를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됐다.


김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