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과 손 등에 무좀이 생겨도 10명 중 8명은 누구나 흔히 겪는 증상으로 여겨 병원을 찾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무좀약이 ‘독하다’는 편견도 병원을 찾지 않은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데, 당뇨병 등 기저 질환이 있으면 자칫 증상이 심해져 발가락 괴사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한피부과학회는 ‘피부 건강의 날’을 맞아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 같은 내용의 무좀 관련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무좀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는 217만8,713명이었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 무좀 증상이 생겼을 때 곧바로 병원을 찾는 경우는 18.8%에 불과했다. 나머지 81.2%는 손발톱이 변색되거나 부서지고 발 각질이 심화되는 등의 증상이 있음에도 병원에 가지 않았다.
병원에 가지 않는 이들 중에선 약국에서 약을 구매했다는 응답이 49.9%로 가장 많았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응답도 16.7%에 달했다. 이 밖에 온라인 및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검색(7.3%)하거나 민간 요법으로 치료(7.4%)한다는 응답도 있었다.
특히 20~30대에서 무좀이 생겨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환자가 많았다.
약물 치료에 대한 편견도 컸다. 전체 응답자의 88.4%가 ‘무좀약은 독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한 것이다. 무좀약 부작용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 내용으로는 ‘발진ㆍ가려움 등 피부 트러블이 생긴다’가 60.4%로 가장 많았고, ‘간이 나빠진다(48.5%)’ ‘속이 메스꺼워진다(31.8%)’ ‘면역력이 떨어진다(18.3%)’ 등이 있었다.
문제는 이러한 오해가 병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는 피부과 전문의에게서 검증된 치료를 받는 대신 ‘식초ㆍ빙초산 등에 발 담그기’ 같은 민간 요법을 시행한다는 응답이 76.1%나 됐다. ‘물집 터뜨리기(29.3%)’ ‘소주 등 알코올에 발 담그기(24.0%)’ 같은 민간 요법을 시행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학회는 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민간요법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산성 물질인 식초, 빙초산 등이 피부에 닿으면 무좀 증상이 완화되는 것이 아니라 화학적 화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임의로 물집을 터뜨리는 행위도 세균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소주 같은 알코올에 발을 담그는 행위 역시 전혀 소독 효과를 나타내지 못한다.
김효진 부산백병원 피부과 교수는 “과거 항진균제 등의 치료제가 광과민증이나 간 손상을 일으켰던 것 때문에 약이 독하다는 편견이 많은데 현재는 안전하고 부작용이 적은 약들로 대체됐다”며 “피부과 약에 대한 오해들이 약 부작용을 환자가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통념에 기인하며 피부과에서 처방하는 약 부작용은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김유찬 대한피부과학회 회장(아주대병원 피부과 교수)은 “설문 조사 결과 무좀에 대한 잘못된 오해와 피부과 전문의를 통한 전문적인 치료에 대한 인식과 실천 정도가 낮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