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독하다’는 편견 때문에…무좀 환자 81%가 병원 안 찾아

입력
2022.09.16 20:45

발과 손 등에 무좀이 생겨도 10명 중 8명은 누구나 흔히 겪는 증상으로 여겨 병원을 찾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무좀약이 ‘독하다’는 편견도 병원을 찾지 않은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데, 당뇨병 등 기저 질환이 있으면 자칫 증상이 심해져 발가락 괴사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한피부과학회는 ‘피부 건강의 날’을 맞아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 같은 내용의 무좀 관련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무좀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는 217만8,713명이었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 무좀 증상이 생겼을 때 곧바로 병원을 찾는 경우는 18.8%에 불과했다. 나머지 81.2%는 손발톱이 변색되거나 부서지고 발 각질이 심화되는 등의 증상이 있음에도 병원에 가지 않았다.

병원에 가지 않는 이들 중에선 약국에서 약을 구매했다는 응답이 49.9%로 가장 많았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응답도 16.7%에 달했다. 이 밖에 온라인 및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검색(7.3%)하거나 민간 요법으로 치료(7.4%)한다는 응답도 있었다.

특히 20~30대에서 무좀이 생겨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환자가 많았다.

약물 치료에 대한 편견도 컸다. 전체 응답자의 88.4%가 ‘무좀약은 독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한 것이다. 무좀약 부작용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 내용으로는 ‘발진ㆍ가려움 등 피부 트러블이 생긴다’가 60.4%로 가장 많았고, ‘간이 나빠진다(48.5%)’ ‘속이 메스꺼워진다(31.8%)’ ‘면역력이 떨어진다(18.3%)’ 등이 있었다.

문제는 이러한 오해가 병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는 피부과 전문의에게서 검증된 치료를 받는 대신 ‘식초ㆍ빙초산 등에 발 담그기’ 같은 민간 요법을 시행한다는 응답이 76.1%나 됐다. ‘물집 터뜨리기(29.3%)’ ‘소주 등 알코올에 발 담그기(24.0%)’ 같은 민간 요법을 시행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학회는 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민간요법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산성 물질인 식초, 빙초산 등이 피부에 닿으면 무좀 증상이 완화되는 것이 아니라 화학적 화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임의로 물집을 터뜨리는 행위도 세균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소주 같은 알코올에 발을 담그는 행위 역시 전혀 소독 효과를 나타내지 못한다.

김효진 부산백병원 피부과 교수는 “과거 항진균제 등의 치료제가 광과민증이나 간 손상을 일으켰던 것 때문에 약이 독하다는 편견이 많은데 현재는 안전하고 부작용이 적은 약들로 대체됐다”며 “피부과 약에 대한 오해들이 약 부작용을 환자가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통념에 기인하며 피부과에서 처방하는 약 부작용은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김유찬 대한피부과학회 회장(아주대병원 피부과 교수)은 “설문 조사 결과 무좀에 대한 잘못된 오해와 피부과 전문의를 통한 전문적인 치료에 대한 인식과 실천 정도가 낮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