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장례식에 백파이프 울리도록"… 엘리자베스 여왕의 '주문'

입력
2022.09.1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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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여왕 깨우던 전속 연주가 연주
"엘리자베스 의견 반영"... 최대규모 행사 될 듯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 세부 정보가 속속 공개되고 있다. 장례식 계획엔 생전 여왕의 의중이 많이 반영됐다. 특히 전속 백파이프(피리) 연주자가 장례식의 대미를 장식하도록 주문했다.

장례식은 19일(현지시간) 오전 11시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국장으로 열린다. 각국 정상을 포함한 외빈, 그리고 여왕으로부터 훈장을 수여받은 사람을 포함해 약 2,000명이 참석한다. BBC방송 등 영국 언론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에서 열리는 가장 큰 행사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례식은 약 1시간가량 진행된다.

"장례식 내용과 절차 중에는 여왕이 생전 정해둔 것이 많다"고 영국 언론은 왕실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백파이프 연주가 대표적이다. 장례식은 여왕의 전속 연주자인 스코틀랜드 왕립 연대 소속 연주자의 피리 소리에 맞춰 끝난다. 텔레그래프는 "(장례식에서 연주하는) 폴 번스 소령은 매일 아침 9시 여왕의 기상에 맞춰 15분 간 백파이프를 연주했다"며 "여왕이 스코틀랜드에서 눈을 감은 당일에도 기상 연주를 했을 것"이라고 했다. 스코틀랜드 전통 악기인 백파이프는 여왕의 운구차 이동 때도 연주됐다.

장례식 종료 직전엔 묵념이 2분간 이어진다. 장례식장뿐 아니라 영국 전역이 묵념의 시간을 갖는다. 장례식 당일 영국은 공휴일이다. 장례식을 전후로 비행기가 소음을 내지 않도록 항공기 운항 시간도 조정됐다.

여왕의 관은 장례식 당일 오전 6시 30분까지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일반 추모객을 만난 뒤 오전 10시 35분쯤 사원으로 옮겨지는데, 이때 해군의 총포차가 동원된다. 1901년 빅토리아 여왕의 장례식 때 사용된 뒤 쓰이지 않은 마차다. 장례식이 끝나면 여왕의 관은 버킹엄궁 인근 웰링턴 아치까지 천천히 운구되는데, 이때 런던의 상징인 빅벤에서는 1분 간격으로 종이 울린다.

여왕이 마지막 안식처인 윈저성 내 성조지 교회에 도착하는 건 오후 3시쯤이다. 여기서 가족들이 참석하는 비공개 예배를 마친 뒤 여왕은 지난해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 필립공이 있는 지하의 조지 6세 기념 예배당에서 영면에 든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