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이 뜨거워지는 속도, 지구 전체의 4배… 한파·폭우·폭염 몰려온다”

입력
2022.09.1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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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형의 응시] 김주홍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기후변화의 위력을 세계가 실감하고 있다. 지난 7월 영국의 기온은 기상 관측 역사상 처음으로 섭씨 40도를 넘었고, 포르투갈은 47도까지 치솟았다. 캐나다 서부는 49도를 넘겼고, 이라크 기온은 무려 52도에 근접했다. 8월 들어선 파키스탄이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는 대규모 홍수 피해를 입었다. 서울에도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이후 이례적 경로로 올라온 초강력 태풍 ‘힌남노’가 남부 지방을 강타했다. 내년 여름에는 얼마나 더 더울까, 비는 또 얼마나 많이 내릴까 걱정이다.

이상기후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세계 각국이 대응하는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과학자들의 경고는 올해도 어김 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기후변화 대응 정책은 코앞에 닥친 정치·경제·사회 현안 때문에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다행히 각국이 탄소중립을 공통의 목표로 선언하긴 했으나, 세부 정책을 얼마나 실효성 있게 시행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김주홍 극지연구소 대기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그래서 기후변화를 끊임없이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로 17년째 기후변화를 추적하고 있는 김 연구원을 지난 7일 인천 연수구 송도 극지연구소에서 만났다. 그는 7월 중순 우리나라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타고 북극에 갔다가 지난달 말 귀국했다. 그간 코로나19 대유행 때문에 일시 중단됐던 국제 공동 북극 해빙 조사 활동이 3년 만에 재개된 것이다. “북극 해빙(바닷물이 얼어 만들어진 얼음)은 분명 줄어들고 있고, 기후변화는 빠르게 진행 중”이라며 김 연구원은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게 하려면 경제 위기 극복이나 민생 안정이 기후변화와 결코 별개가 아니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3년 만에 재개된 국제공동 해빙조사

-북극 해빙 조사가 다시 시작돼 다행이다. 이번에 가선 어떤 일을 하고 왔나.

“북극에서 해빙에 상륙해 연구를 하려면 안전을 위해 반드시 북극곰 감시원과 헬기가 필요하다. 미국 알래스카에서 감시원과 헬기를 모두 확보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처음으로 해빙 현장 관측을 다시 시작했다. 아라온호는 태평양을 통해 베링해를 지나고 척치해로 올라가 동시베리아해로 갔다. 상륙 가능한 해빙을 찾은 연구진은 배에서 내려 다양한 현장 조사를 진행했고, 해빙에 무인 관측 장비(부이)를 설치했다. 해빙이 녹거나 얼 때 내부 온도와 두께 변화를 측정하는 장비인데, 앞으로 최대 2년간 위성을 통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보내올 예정이다. 이 자료는 한·미 간 양해각서를 통해 공동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바닷속에 해양 환경 변화를 장기간 측정하는 장비를 넣어뒀고, 대기 관측 데이터도 수집했다.

기후변화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가 북극 해빙이 언제 얼마만큼 녹느냐다. 이걸 알아내려면 해빙을 녹이는 열이 바다와 대기 중 어디서 얼마나 오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특정 지점의 해빙에서 내부 온도와 기온, 수온과의 차이, 두께 변화와 녹는 속도를 계속 추적하다 보면 해빙을 녹이는 에너지가 전달되는 과정을 유추할 수 있다. 아울러 바람, 일사량 등이 해빙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도 알아낼 수 있다. 예컨대 여름에는 해빙 표면이 녹은 부분에 굴곡이 생기면서 물이 고인다. 그럼 햇빛을 더 많이 흡수해 해빙이 어두워지고, 어두우니 햇빛이 덜 반사돼 녹는 속도가 빨라진다. 해빙 표면이 일단 녹기 시작하면 녹는 속도가 계속 가속화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북극 해빙이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 녹았나.

“미국 국립설빙데이터센터(NSIDC)에 수집된 위성 관측 데이터에 따르면 2010년대 여름의 해빙 면적은 1980년대 여름보다 약 40%가 줄었다. 또 워싱턴대 극지과학센터(PSC)에 따르면 북극 해빙 부피는 같은 기간 약 70%가 줄었다. 해빙 면적과 부피가 이렇게 감소한 건 북극의 기온이 상승했음을 명시적으로 보여준다. 북극이 뜨거워지는 속도가 지구 전체 기온 상승 속도보다 2, 3배 빠르다고 여겨졌는데, 최근에는 4배까지 더 빠르다는 보고도 나왔다. 겨울에 따뜻한 중위도 공기가 북극으로 자주 유입되면서 해빙의 성장을 방해한다. 얼음이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상태에서 여름이 오면 얼음이 녹는 데 에너지가 덜 드니까 더 잘 녹게 된다.”

-북극 해빙 감소는 북반구 겨울철에 이상한파를 몰고 오는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올겨울 우리나라에 강력한 한파가 닥칠 가능성이 있나.

“여름에 북극 해빙이 많이 녹은 상태에선 가을을 지나고 겨울 재결빙이 시작돼도 바다가 얼음으로 충분히 덮이지 못한다. 겨울철 북극 대기 온도는 영하 30도 이하로도 떨어진다. 그러나 바다 수온은 아무리 낮아도 영하 1.5~1.8도 정도밖에 안 내려간다. 해빙이 열려 있을 경우 급격한 온도 차가 발생하면서 해빙이 덮여 있으면 생기지 않았을 새로운 힘이 만들어지고, 그 힘이 대기에 충격을 주면서 상공에 거대한 고기압성 흐름이 형성된다(블로킹 현상). 겨울 북극 상공 성층권엔 극의 한기를 가둬놓는 극소용돌이가 있는데, 고기압성 흐름 동쪽에 극소용돌이가 느슨해지는 구역이 생겨 한기가 내려오는 통로가 만들어진다. 북극 해빙 감소가 이런 식으로 동아시아에 한파를 몰고 올 수 있다.

하지만 다가오는 겨울에 이런 한파가 닥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해양 현상은 6개월 정도까지도 앞을 내다볼 수 있지만, 대기 현상은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 북극 해빙이 감소하고 블로킹 현상이 나타났는데도 동아시아 지역에 한파가 관측되지 않았던 때도 있었다. 해빙 감소는 이상한파를 발생시키는 한 인자지만, 여러 다른 변수들이 그 영향을 약화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파-열돔-대홍수 서로 맞물려

-남극 상황은 어떤가. 남극 얼음이 녹는 건 기후변화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나.

“남극 빙상(땅을 덮고 있는 얼음)이 얼마나 녹았는지는 위성 관측으로 파악할 수 있다. 북극과 달리 남극은 빙상이 대륙 전체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대서양과 인도양에 접한 동남극에는 아직 거대한 얼음이 많은 반면, 태평양에 접한 서남극 쪽은 녹고 있는 게 확실하다. 남극 기후변화는 비대칭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남극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온실가스 효과가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실가스 증가를 억제하지 못한다면 결국 남극 전체 기온이 상승할 테고, 빙상 유실이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남극 바다의 표층과 심층에서 자연적으로 40~50년마다 일어나는 장주기 순환도 기후변화의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이 순환은 북대서양 난류(멕시코 만류)가 북극으로 유입되는 양에 변화를 일으킨다. 북대서양 난류는 기후를 조절하는 거대한 해양 순환(기후 컨베이어 벨트)을 구성하는 한 부분이다. 이 난류가 북극으로 많이 유입되는 시기에는 얼음이 녹고 북극 바다 표층에 담수가 형성된다. 이런 자연적 변화에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온난화 효과가 가중돼 담수가 급격히 증가하면 북극 바다에서 대서양으로 담수가 크게 유출된다. 이는 북대서양 난류를 약화시키고 대기 흐름을 저해해 기상재해를 급증시킬 수 있다.”

-남극과 북극 같은 극지의 변화가 지구 전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약 20년 전만 해도 기후 과학자들은 열대 지방을 주로 연구했다. 열을 생산해내는 지역이 기후를 조절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구 전체 면적의 절반 이상을 덮고 있는 열대 바다가 기후변화 연구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극지방의 얼음이 녹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열대 바다와 비교해 면적은 훨씬 작지만 극지의 빙하가 감소하는 데 따른 변화가 워낙 급격하다 보니 극지에 생긴 새로운 열의 근원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극지방의 변화가 한파 외에 다른 자연재해도 일으킬 수 있나.

“한기를 내려 보내기 때문에 극지 변화의 직접적인 영향은 겨울 이상한파로 나타난다. 그런데 어떤 곳에 이상한파가 생길 때 다른 곳에선 반대 급부로 난기가 크게 올라가 이상고온이 발생하기도 한다. 여름엔 극지방에서 한기가 내려오는 곳에 폭우가 내릴 수도 있다. 열대 지역 바다에서 뜨거워져 다량의 수증기를 머금은 채 올라온 기류가 극지에서 내려온 추운 기단을 만나는 순간 강한 불안정 흐름이 형성되면서 많은 양의 비가 급격히 쏟아지는 것이다. 지난달 수도권의 기록적인 폭우 때도 극지방의 찬 기단이 다량의 수증기를 머금은 기단과 충돌해 강한 정체 전선이 만들어졌다.

알프스산맥을 비롯한 유럽의 만년설과 빙하가 유독 많이 녹은 올여름, 유럽은 엄청난 폭염을 겪었다. 눈과 얼음이 많으면 햇빛이 충분히 반사돼 기온 상승이 조절될 수 있지만, 워낙 많이 녹아버린 탓에 그런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열기는 지표면을 건조시키고, 사하라사막에서 지중해를 통해 들어오는 열과 시너지를 내 유럽 대륙 전체에 거대한 열돔을 형성했다. 이런 현상이 수주 동안 지속되면서 기온을 40도 넘게 끌어올렸다.

멀리 떨어진 다른 지역에서 각각 발생한 폭우와 열돔 사이의 인과관계를 얘기하는 기후학자들도 있다. 2010년 파키스탄에서 국토의 5분의 1이 물에 잠기는 대홍수가 있었는데, 그때 러시아엔 유례없는 폭염이 발생했다. 유럽이 이상고온으로 몸살을 앓은 올여름에도 파키스탄은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다.

극지의 기온이 올라 저위도 지방과의 온도 차가 줄어들면 중위도 대류권 상공에 부는 편서풍인 제트기류의 강도가 약해진다. 제트기류의 동서 흐름이 약해지면 구불구불 사행하는 흐름이 강해진다. 제트기류의 움직임은 극쪽 한기와 저위도 열기의 경계가 운동하는 것이다. 북반구에서 제트기류가 남쪽으로 밀려나면 극지방의 한기가 따라 내려오고, 반대로 북쪽으로 올라가면 열대 지방의 열이 함께 올라간다. 이 때문에 지구 전체를 보면 먼 지역에서 비슷한 시기에 나타난 다른 유형의 극단적 기상재해(이상한파와 이상고온, 폭염과 홍수) 간에 연관성이 있다고 과학자들은 설명한다.”

강한 태풍이 점점 육지 쪽으로

-추석 직전 남부 지방을 할퀸 태풍 ‘힌남노’도 기후변화가 빚어낸 괴물인가.

“힌남노는 정말 이례적인 태풍이다. 발달 초기 위치로 보면 우리나라를 통과하지 않고 북쪽으로 올라가야 했는데, 서쪽으로 움직였다. 일본 동쪽과 캄차카반도 남쪽에 형성된 고기압성 순환이 워낙 강해서 태풍을 서쪽으로 끌어당겼다. 대만 동쪽과 우리나라 사이의 해수 온도가 높아 수증기를 충분히 뽑아낼 수 있었던 바람에 세력도 강해졌다. 힌남노는 현재로선 자연적인 현상과 지구온난화가 합쳐진 결과물일 수 있다.

기후변화 때문에 앞으로 우리나라에 슈퍼태풍이 더 자주 올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지구온난화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권을 확대시키고 있다. 이 고압대가 축소돼 있으면 태풍이 빨리 편서풍대를 만나 일본이나 태평양 쪽으로 돌아가는데, 확장돼 있으면 태풍 진로가 서쪽으로 편향돼 우리나라로 올 확률이 높아진다. 20세기 초부터 현재까지 지구 전체적으로 발생하는 태풍(열대성 저기압) 수는 감소하는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태풍 수 감소는 상대적으로 약한 태풍이 줄어들었기 때문이고, 더 높은 강도에 도달하는 태풍의 비율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40년간 자료에 따르면 태풍의 주요 활동 위도가 북상하고 있고, 최대 강도에 도달하는 위치는 좀더 육지 쪽에 가깝게 이동하고 있다. 그만큼 인간에게 더 위협적이다.”

-국제사회가 노력해왔지만 기후변화 속도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선언적 조치 외에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비판도 많다. 국내 사정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탄소중립을 다짐하는 선언이 실효성 있는 정책 변화로 이어지느냐는 정치적 문제와 엮여 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은 하위권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정부에선 기후변화 정책이 후순위로 밀렸다. 전 정부에서부터 만들어놓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도 상징성은 있으나, 실질적으로 이행될지 의문이다. 그러나 비판만 하고 있기엔 시간이 너무 없다. 목표 선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정책에 힘을 실어야 한다. 최근 개인이나 시민단체, 민간기업 단위에서 이벤트 형식의 환경보호 활동이 늘고 있다.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기후변화를 고민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야 정책도 힘을 얻는다.”

송도=임소형 논설위원 precar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