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치러진 스웨덴 총선에서 '반(反)이민'을 내세운 극우 성향의 스웨덴민주당과 손잡은 우파연합이 승리했다. 유럽을 휩쓴 반이민 강풍이 사회민주주의 전통이 강했던 스웨덴 정치 지형도 바꿔놓은 셈이다. 제2정당으로 급부상한 스웨덴민주당은 이번 선거의 최대 승자가 됐다.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는 1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근소한 차이지만 우파연합이 과반수를 넘겼다"며 "총리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우파연합의 승리가 확실시되자 공식 패배 선언을 한 것이다.
이날까지 이뤄진 스웨덴 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 결과 온건당과 자유당, 기독민주당, 스웨덴민주당 등 4개 정당 연합체인 우파연합은 전체 349석 중 절반이 넘는 176석을 확보했다. 스웨덴 첫 여성 총리인 안데르손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과 좌파당, 녹색당, 중도당으로 구성된 좌파연합은 나머지 173석을 가져가면서 재집권에 실패했다. 8년 만의 정권 교체다.
당초 투표 종료 직후 발표된 출구조사에서는 좌파연합의 근소한 우세로 점쳐졌지만 실제 투표함을 열어보니 우파연합의 승리로 뒤집혔다. 사회민주당은 약 30.3%로 정당 가운데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다른 연합 정당의 득표가 저조해 보수연대를 뛰어넘지 못했다.
우파연합 승리의 주역은 스웨덴민주당이다. "스웨덴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며 내세운 '난민 제로', '외국인 범죄자 추방' 등의 공약이 먹혀들었다. 총선 직전 발생한 갱단 총격사건의 용의자가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밝혀지면서 보수층의 반이민 정서를 부채질했다. 결과는 약 20.5%에 이르는 1988년 창당 이후 최고 득표율이다.
신나치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는 스웨덴민주당은 지지율 1%대의 변변찮은 비주류 정당이었다. 하지만 5.7% 득표로 2010년 처음 의회 진출에 성공한 뒤, 2014년 총선에서 제3당(12.5%)으로 올라섰다. 2018년 총선 때는 17.5%를 얻는 돌풍을 일으켰다. 급기야 이번 선거에선 정통 보수를 대표하는 온건당(약 19.1%)마저 누르고 제2당 자리를 차지했다. 유럽에 불어닥친 우경화 바람과 반이민 정서, 경제 위기 등이 스웨덴민주당의 성장 배경으로 분석된다.
기성 정당도 덩치가 커진 스웨덴민주당을 더 이상 외면할 순 없었다. 좌파연합에 크게 뒤처지던 우파연합은 집권을 위해 결국 스웨덴민주당과 손잡고 승리를 챙겼다. 스웨덴민주당은 향후 연립정부 구성에도 열쇠를 쥘 것으로 보인다.
극우 정당의 기세는 스웨덴 안팎에 큰 충격을 안겼다. 북유럽 복지국가 모델의 상징이자 이민자에게 관대한 스웨덴에서도 우익 포퓰리즘이 맹위를 떨쳤기 때문이다. 스웨덴 정치사에 상징적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요나스 힌포스 스웨덴 예테보리대 정치학 교수는 "이것은 역사적 순간이며 한 시대가 끝났다"라고 선언했다. 그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지난 50~60년간 좌파와 우파는 자유주의적 가치와 개인의 자유, 소수자 권리를 발전시켜왔다"며 "스웨덴민주당의 영향력에 따라 이러한 진보는 멈추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퇴보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노동자인 마크 존슨(50)은 "예상은 됐지만 이렇게 분명하게 오른쪽, 심지어 극우로 돌아선 것은 많은 스웨덴인들에게 충격적"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