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 테슬라가 독일 공장에서 자동차 배터리를 만들려던 계획을 보류하고, 배터리 생산 설비를 미국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때문이다.
WSJ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독일 베를린 공장에서 쓰려고 했던 배터리 제조 장비를 미국으로 옮기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배터리셀 업체에서 배터리를 구매하는 현재 생산 방식을 지양하고, 스스로 배터리를 생산하는 방향으로 전환 중이다. 이에 따라 유럽의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배터리 공장을 독일에서 가동하려 했으나, IRA법 통과에 따라 독일 생산을 보류한 것이다.
테슬라는 IRA법 제정 직후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을 정제하는 공장을 텍사스주에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기 시작했다. WSJ은 "테슬라가 (미국의) 세금 공제 혜택 때문에 전기차 배터리 전략을 바꾸고 있다"고 했다.
IRA법은 미국이 자국 제조업을 활성화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목표로 통과시킨 법안이다. 이 법은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조달된 핵심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거나 △미국 내에서 조립·제조된 배터리 부품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는 완성차 업체에만 정부 보조금을 주는 게 골자다.
세계 전기차 시장을 이끄는 테슬라마저 배터리 생산 설비를 미국으로 옮기려는 것은 IRA법이 시장에 그만큼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에서 보조금을 못 받을 경우 입는 손해가 막대할 것이라는 점에 테슬라도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를 만드는 다른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이미 미국 내 배터리 생산량 확대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상황이다. 제너럴모터스(GM)는 LG에너지솔루션과 세운 합작사 얼티엄셀즈 첫 공장 가동을 지난달 시작했고, 포드와 SK이노베이션 합작사 블루오벌SK도 테네시주와 켄터키주에 공장을 짓는다. 글로벌 투자은행 RBC 캐피털 마켓은 GM이 자사의 목표대로 2025년 10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한다면 미국 정부로부터 약 30억 달러(약 4조1,700억 원)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