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돈의 나라'이자 최고 우방이라는 한국이 다른 강대국들에 비해 베트남에 공적개발원조(ODA)를 많이 하지 않아 서운하다."
베트남 한 지방 성(省)의 고위 공무원 A씨는 아쉬운 표정을 전혀 감추지 않았다.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에 공장을 짓고 많은 이익을 취함에도 그에 걸맞는 역할은 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A씨는 최근 미국과 일본이 진행한 대규모 ODA 사업들을 읊으면서 한국이 배워야 한다고 연신 핏대를 세웠다.
조용히 경청만 하려 했지만, 결국 마음의 소리가 입 밖으로 나왔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한국이 일본에 이어 베트남 ODA 총액 역대 2위라는 점을 차분히 지적했다. A씨가 일하는 지역에 한국의 지방자치단체가 지어 준 의료시설이 있다는 점도 일러 줬다.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던 A씨는 한동안 침묵하더니 사과와 함께 묵직한 질문을 다시 던졌다.
"정작 도움 받는 우리는 그 사실을 왜 한참 뒤에야 알게 됐을까요. 저희의 문제입니까, 한국의 문제입니까."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이번에는 반박할 수 없었다. "수많은 한국의 정부 부처와 지자체가 개별적으로 베트남 각 지역에 ODA를 퍼붓고 있지만, 이를 조율하는 중앙정부의 컨트롤타워가 없어 그렇다"고 답했다면 A씨가 수긍했을까. 정확히 말해 국무조정실이라는 곳이 있긴 하지만, ODA 사업 주도권을 두고 여전히 외교부·기획재정부와 알력을 벌여서 그렇다고 말했다면 이해했을까. 답답함은 결국 돈을 쓰고도 아쉬운 소리를 듣는 한국인의 몫이었다.
도움 받는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한국의 '퍼주기식 ODA'는 시스템 구축 없이는 해결이 불가하다. 전문 ODA 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ㆍ코이카)을 제외하면, 완료된 ODA 사업에 대한 평가조차 하지 않는 게 한국 정부다. 지금이라도 'ODA 유·무상 사업 통합 성과정보 공개시스템'을 만들어 매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작지만 통일된 작은 움직임 하나가 선한 한국의 이미지를 만든다는 사실을 정부는 이제라도 인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