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인플레이션 둔화를 기대했던 ‘인플레 정점론’이 급격히 소멸됐다. 13일(현지시간) 발표된 CPI는 전년 동기 대비 8.3%, 전월 대비 0.1% 상승했다. 시장에선 전년 동기 대비 8.1% 상승, 전월 대비 0.1% 하락을 예상했다. 예상 밖 고물가에 즉각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가속화 우려가 다시 커지며 나스닥지수가 5% 넘게 폭락하는 등 미국 증시가 크게 요동쳤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연방기금금리 선물에선 연준이 9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1%포인트 올리는 ‘울트라 스텝’을 감행할 확률도 34%까지 치솟아 반영됐다. 미국발 ‘물가쇼크’ 여파로 14일 국내 증시는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2% 넘는 급락세로 출발해 장중 한때 코스피 2,4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환율도 급등해 13년 5개월 만에 장중 1,390원 선을 돌파했다.
시장 예상치를 약간 웃돈 CPI가 큰 충격파를 일으킨 건 미국 경기 경착륙 우려 때문이다. 8월 CPI는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도 인플레가 잡히지 않는 걸로 해석될 만하다. 연준은 향후 더욱 과감한 긴축을 강행할 공산이 커졌고, 그 경우 경기 급랭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현재 2.50%인 기준금리를 “(연내) 4%에 가까이 올리지 않으면 인플레를 잡을 수 없다”며 연준의 결단을 압박했다.
우리로서는 한미 금리역전은 물론, 경기침체 우려까지 커지게 됐다. 현재 한미 기준금리는 같지만, 연준이 오는 22일 0.75%포인트 이상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금리역전 폭이 그만큼 커져 충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환율은 1,400원 대를 훨씬 넘기며 경제에 부담을 키울 것이다. 정부와 한은은 애써 “금리역전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지만, 역전 폭이 예상보다 더 커지게 된 상황이다. 인플레 장기화에 보다 긴밀하고 결연한 대응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