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팀이 군 지휘부의 수사 무마 의혹을 밝혀내지 못하자, 유족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결정적 증거로 평가받았던 '전익수 녹취록'이 조작된 자료로 드러난 데다, 사건 발생 후 상당 시간이 흘러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기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특검팀은 13일 이 중사에 대한 2차 가해 사실과 공군 내 부실 수사 정황이 담긴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것으로 100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했다. 특검팀은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면담강요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등 8명의 사건 관계자들을 재판에 넘기면서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특검팀 출범 당시부터 이목이 집중됐던 군 지휘라인의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해선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이 중사 사망을 군이 조직적으로 방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특검팀이 내린 결론이다. 특히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이 이 중사를 성추행한 장모 중사에 대한 불구속 수사를 지휘했다는 의혹을 두고는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없어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장 중사에 대한 불구속 수사 주문이 담긴 '전익수 녹취록'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윗선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고 보고 있다. 특검팀이 '스모킹건'으로 평가할 정도로, 녹취록은 군 차원의 조직적 개입과 수사 무마 의혹을 풀어줄 열쇠로 받아들여졌다. 특검팀에 따르면, 녹취록의 기초가 된 녹음파일 원본은 공군 법무관 시절 받은 징계로 전 실장에게 앙심을 품은 김모 변호사가 실제 사람 목소리가 아닌 기계 음성으로 만들어낸 ‘가짜 파일’로 밝혀졌다.
특히 전 실장이 장 중사에 대한 구속 관련 지시를 한 증거가 발견되면서 수사 무마 의혹 수사는 동력을 상실했다. 특검팀은 "(전 실장이) 구속을 검토하면서 피의자(장 중사)의 증거인멸 시도가 있었는지를 조사했던 점도 확인됐다"며 "전 실장은 이 중사 사망 뒤 보고를 받아서, (이 중사가 사망하기 전) 초동 수사에는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군의 조직적인 은폐 의혹도 규명되지 않았다. 특검팀은 "국방부 검찰단과 특임 군검사 수사 당시 의도적으로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려는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고 증거도 찾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중사 유족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 중사가 겪었던 2차 피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진 점은 주요한 성과"라면서도 "가해자에 대한 불구속 수사가 계속된 이유를 끝내 규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련자들이 진술을 거부하고, 휴대폰을 폐기하거나 기록을 삭제하고, 주요 피의자들이 증거를 인멸하다 적발된 정황까지 확인됐다"며 "이런 이유로 특검은 부실수사의 실체적 진실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윗선을 법정에 세우지 못한 점은 유가족의 한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불구속 기소된 전익수 법무실장 역시 입장문을 내고 "특검의 구색 맞추기 기소에 매우 유감을 표한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