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8일부터 5박 7일 일정으로 영국과 미국, 캐나다를 잇따라 방문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해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실천한 고인을 추모하고, 곧바로 뉴욕 유엔총회로 자리를 옮겨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선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12일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이번 순방의 목적은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국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경제 외교의 기반을 확대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순방 일정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자유’와 ‘연대’다. 윤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해 영국민과 왕실에 위로를 전할 예정이다. 영국은 한국전쟁 당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병력을 보냈고, 1999년에는 여왕이 직접 한국을 찾아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지켜낸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여러 국가 지도자들과 공유하고 연대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윤 대통령은 20일 유엔총회 고위급 기조연설을 통해 앞서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밝힌 ‘국제사회 연대’ 메시지를 거듭 밝힐 계획이다. 김 실장은 "이번 유엔총회의 주제는 국제사회가 전례 없는 전환점, '워터셰드 모멘트(Watershed moment·분수령)'에 놓여 있다고 보고, 복합적인 도전에 대한 변혁적인 해결책을 모색해보자는 것"이라며 "국제 현안 해결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국제질서 구축에 앞장서는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역할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북한이 중대한 전환기적 시점에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비핵화를 다시 한 번 촉구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미·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 양자회담이 성사된다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후속 조치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는 한일관계 개선을 논의할 전망이다. 이후 윤 대통령은 캐나다로 이동해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AI(인공지능), 전기차 등 첨단산업에 대한 양국 경제협력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순방 전후로 국내에서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인사를 맞이해 외교전을 펼친다. 먼저 15일 방한하는 중국 공산당 서열 3위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접견한다. 윤 대통령은 8월 초 한국을 찾은 미국 권력서열 3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는 대면이 아닌 전화통화에 그친 바 있다. 이어 29일 방한하는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만나 양국의 경제ㆍ안보 현안을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