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서거로 그의 아들인 찰스(74) 3세가 새 국왕에 올랐지만,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일찌감치 왕세자로 낙점돼 '준비된 국왕'이라는 의견도 많지만, 다이애나 왕세자비와의 이혼 등으로 대중적 지지도가 낮아 어머니처럼 영국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찰스 3세는 이날 런던 버킹엄궁에서 영국 연방 14개국의 총독을 맞이하며 '영국연방(영연방·Commonwealth)' 체제를 다지는 데 주력했다. 영연방은 영국과 함께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국가로 구성된 연합체를 뜻한다.
앞서 왕위에 오른 찰스 3세는 지난 9일 첫 대국민 연설에서 "평생 헌신한다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약속을 오늘 여러분께 되풀이하겠다"며 "충성심, 존중, 사랑으로 영국인들을 위해 헌신하고, 영연방의 국민을 섬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1948년 11월 14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남편 필립공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난 찰스 3세는 열 살이던 1958년 영국 왕세자에 책봉됐다. 이후 무려 64년간 즉위를 기다린 셈이어서 세간에선 ‘가장 준비된 국왕’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영국 왕실 공보관을 지낸 줄리언 페인은 더타임스의 기고문에서 찰스 3세를 “왕실 업무에 매우 열정적이며 빈틈이 없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찰스 3세는 다양한 현안과 많은 양의 관련 서류를 짧은 시간에 검토하고 작은 사안도 놓치지 않는다"며 “사회·환경 문제에서 다양한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걸 즐긴다”고 전했다
실제 찰스 3세는 왕세자로 지내면서 기후변화와 사회적 소외 문제 해결 등에서 목소리를 내왔다. 2015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파리협정이 채택되도록 가장 앞장서기도 했다.
다만 찰스 3세가 엘리자베스 여왕 2세처럼 국왕으로서 영국 국민들의 구심적 역할을 할 수 있을진 미지수다. 다이애나 왕세자비 사망 사건은 여전히 대중들에게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어서다.
찰스 3세는 1981년 다이애나 스펜서와 결혼했지만, 윌리엄과 해리 왕자 두 아들을 낳고 1996년 이혼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불화의 원인이 찰스 3세의 불륜 때문이고, 1997년 다이애나비가 프랑스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숨지자 찰스 3세에 대한 대중들의 분노가 쏟아졌다. BBC방송은 “찰스 3세는 불륜 관계이던 커밀라 파커 볼스와 2005년 결혼해, 올해 초에는 왕비로 인정해달라고까지 요청했다며 “영국 국민들에게 단단히 미운털이 박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