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상승이 올 상반기 중 소비자물가를 0.4%포인트가량 끌어올렸다는 한국은행 분석이 나왔다. 한은이 7월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밟은 것도 고환율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 상황과 무관치 않았다는 설명이다. 달러당 1,400원을 위협하는 등 최근 고공비행하는 환율이 가뜩이나 비상 걸린 물가를 더 자극할 것이란 우려가 잇따른다.
한은이 9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환율 상승은 소비자물가를 0.4%포인트 밀어 올렸다. 일반적으로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고, 이는 국내 생산자 및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상반기 원·달러 환율은 10%가량 상승했고, 국내 소비자물가는 3~6%대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최근 1,400원을 넘보는 원·달러 환율 상승 기세를 고려할 때, 국내 물가에 대한 추가적인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 원유 도입 단가 인상에 따라 석유류 가격이 직접적으로 상승 압력을 받는다"며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이 높은 상황에서 (수입 비용 상승의) 파급효과가 예전보다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이 올해 내내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도 고환율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금리 인상으로 자국의 통화 가치를 높여 수입 비용을 낮추기 위한 조치다. 한은도 보고서에서 환율 상승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추가로 확대된 점이 7월 빅스텝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원화 약세가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원화 약세 기대가 외국인 증권투자 자금을 중심으로 자본 유출 압력을 높이고, 이는 다시 추가적인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한은은 추가 빅스텝 가능성엔 선을 그었다. 이상형 부총재보는 "환율 상승에도 경기와 물가 상황이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큰 변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당분간 점진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4원 내린 1,380.8원에 마감했다. 전날 1,390원을 위협했지만, 간밤 뉴욕증시가 1~2%대 상승세를 보이는 등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다소 회복된 영향을 받았다. 코스피는 0.33% 상승한 2,384.28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이 나홀로 6,500억 원어치를 던지며 상승폭을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