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을 북한에 전격적으로 제의했다. 권 장관은 “당장 가능한 모든 방법을 활용해 신속하고도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일회성 상봉이 아닌 근본적 해결을 위한 회담의 개최를 희망했다. 회담 일자, 장소, 의제도 북한 측의 희망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남한의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13만 명 중 생존자는 4만3,000명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70대 이상 고령자가 대부분이고 직계 가족의 비중 역시 줄어드는 추세다. 2018년을 마지막으로 중단된 이산가족 상봉 행사 재개가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정권의 성향과 무관하게 추진됐던 만큼 북한 역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번 제안을 전향적으로 수용하기를 기대한다.
권 장관은 이산가족 상봉 논의 과정에서 대북 지원, 인도주의적 지원 등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이 회담을 경색된 남북관계를 개선할 마중물로 삼겠다는 의중도 내비쳤다. 정부가 남북대화 의지를 밝힌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북한이 이번 제안에 호응할지는 또 다른 문제다. 북한은 비핵화 초기 협상부터 경제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에 대해 “황당무계하다”고 맞받고, 윤 대통령을 거친 언사로 비난하는 등 대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연초부터 계속되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 한미연합 실사격 훈련 재개 등 정치·군사적 긴장도 높다. 당국 간 신뢰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고는 유의미한 대화 진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작 통일부는 내년도 이산가족 교류 지원사업 예산을 올해보다 10% 깎는 등 대화 제의의 진정성에 의심을 살 만한 행보를 보여줬다. 이산가족 회담이 단순히 제안에 그치지 않으려면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 낼 수 있는 정부의 추가적인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