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가 복합 쇼핑몰 유치를 위해 행정협의기구를 설치·운영키로 했다. 광주 진출을 선언한 국내 백화점 '빅3'가 실제 사업 신청서를 관할 자치구에 제출하면 신속한 행정 처리를 지원하겠다는 게 골자다. 광주시는 "복합 쇼핑몰 유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민간사업자를 향해 복합 쇼핑몰 시설과 규모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이유 등에 대해선 함구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광주시가 민감하고 껄끄러운 사안에 대해선 회피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7일 오전 시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광주시와 자치구가 참여하는 '복합 쇼핑몰 신활역행정협의체'를 구성·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복합 쇼핑몰 신활력행정협의체는 민간사업자가 사업 신청서를 제출하면 복합 쇼핑몰 설립에 필요한 법적 요건과 행정·기술적 사항을 사전 검토하는 역할을 맡는다.
강 시장은 또 대략 6단계에 걸친 복합 쇼핑몰 유치 추진 절차(민간사업자 사업 신청서 제출→ 신청 내용 공개→ 신활력행정협의체 사전 검토→ 시민 시의회 의견 수렴→ 대시민 발표→ 원스톱 행정 처리)도 제시했다. 강 시장은 "복합 쇼핑몰 유치 발표 이후 본격 사업 추진 단계에선 도시계획, 환경·교통·상권 영향평가, 건축위원회 심의 등 행정 절차를 행정협의체를 통해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광주시가 복합 쇼핑몰 유치를 위해 민간사업자 사업 신청서를 접수하겠다고 공식화한 것이다.
그러나 강 시장은 지역 소상공인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인 복합 쇼핑몰 입점 개수에 대해선 뚜렷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강 시장은 '광주 진출을 선언한 3개 유통업체의 복합 쇼핑몰 개설 신청이 인·허가와 법적 요건에 부합하면 3개 모두 허가를 내줄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광주시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고 다소 엉뚱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원론적으로 법적 문제가 없다면 모두 허가해 줘야하는 것 아니냐'는 추가 질문에도 "원론적으로는 말씀 드리기 어렵다"고 피해갔다.
한 자영업자는 "광주에 복합 쇼핑몰이 1개일 때와 2개일 때 소상공인들에게 미치는 상권 피해는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며 "그런데도 광주시가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광주시는 지역 중소상공인과의 상생을 위해 유통산업발전법에서 보장하는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자치구에서 구성하고, 이를 준용해 광주시 차원에서도 한시 기구인 가칭 '복합쇼핑몰 상생발전협의회'를 운영하기로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논란이 됐던 광주시의 복합 쇼핑몰 가이드라인 제시를 놓고 강 시장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강 시장은 복합 쇼핑몰 행정협의체의 역할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민간사업자로부터) 투자를 받아야 할 광주시는 을(乙)의 입장이다"고 했다. 행정협의체는 사업 신청서가 접수되면, 법적 요건 등에 대한 사전 검토를 하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광주시가 을이라고 하면서 복합 쇼핑몰 시설과 규모, 콘텐츠 구성까지 민간사업자에 방향성(최고 중 최고)을 제시하는 게 맞냐'는 지적에 대해 강 시장은 "그건 알아서 생각하라. 을인지 갑(甲)인지가 중요한 건 아니다", "그건 설명드릴 수 없다"고 말해 기자들을 놀라게 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실 광주 복합 쇼핑몰 유치 과정을 보면 광주시의 가이드 라인 제시 등 시장 경제 원리와 맞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다"며 "지역 공동체와 민간 기업 간의 성숙한 합의 과정을 통해 광주시의 발전에 부합하는 복합 쇼핑몰을 유치하는 데 더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일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