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계도 해외로…"키아프 자카르타, 키아프 두바이 추진"

입력
2022.09.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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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프 서울뿐만 아니라 키아프 자카르타, 키아프 두바이, 키아프 로스앤젤레스를 열려고 합니다.
황달성 한국화랑협회장

국내 대표적 미술장터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가 해외 진출을 모색한다. 세계적 미술장터인 프리즈가 최근 서울에서 전시회를 갖는 등 해외 화랑들이 속속 국내에 진출하는 상황에서 키아프도 해외시장을 개척해 미술시장의 파이를 키우겠다는 판단이다.

키아프를 주관하는 한국화랑협회의 황달성 회장은 올해를 계기로 키아프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의 키아프 전시장에서 만난 황 회장은 "한국 영화시장을 개방할 때도 우려가 많았다"며 "한국 미술시장도 개방할 때"라고 말했다. 코엑스 전시장에서 프리즈와 키아프가 함께 열리는 동안 일각에서는 국내 미술시장이 해외 화랑들에게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으나 미술시장 개방을 막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대신 황 회장은 "키아프·프리즈가 열리는 동안 여러 모임에서 키아프를 두바이, 자카르타, 로스앤젤레스(LA) 등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며 "두바이의 경우, 내년에 특별전을 개최하는 쪽으로 이야기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국내 미술계도 해외시장을 개척해 개방화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가장 유력한 키아프 개최지로 꼽았다. 황 회장은 "인도네시아엔 부유층도 많다"며 "대금을 자원 등으로 물납하는 방안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LA도 키아프 개최지로 가능성이 있지만 이곳에서 프리즈가 먼저 열렸던 만큼, 키아프가 실리를 과도하게 양보해야 한다면 진출을 강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미술계에서는 한국 미술시장의 미래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이 앞으로 5년간 국내 공동 개최를 약속한 상황이 국내 미술시장뿐만 아니라 작가들의 활동에 힘을 불어넣으리라는 기대도 있지만 프리즈 서울의 흥행은 프리즈의 성공일 뿐이라는 의견도 있다. 해외 화랑들이 세계적으로 이름난 작가들의 작품을 한국에 직접 가져오면서 국내 수집가들을 끌어갈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황 회장은 "키아프에 참여하던 화랑 가운데 일부가 프리즈에만 참가했다"는 말로 향후 극복할 과제가 있다는 점을 내비쳤다.

다만 키아프의 해외 진출이 짧은 시간 안에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화와 제도가 낯선 땅에서 미술장터를 개최하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다. 키아프 전시사업 관계자는 "구체적 방안이 논의된 것은 아직 없다"면서 "장기적으로 다양한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프리즈만큼이나 키아프에서도 거래가 활발했다"면서 "프리즈에 세계적 작가들의 작품이 나온다고 키아프에도 그 작품들이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프리즈 서울은 한국 화랑들에게 자극제이면서 한국 작가를 알리는 계기라는 얘기다. 해외에서 열릴 키아프 역시 마찬가지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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