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지하주차장 겨우 '8분' 만에 물에 잠겼다

입력
2022.09.07 10:36
포항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참사 블랙박스에 찍혀
오전 6시 37분부터 45분까지 총 14대 차량 빠져나와
아파트 인근 하천에 물이 넘쳐 순식간에 밀려들어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7명의 생명을 앗아간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긴 시간은 겨우 8분이었던 사실이 확인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아파트 인근 하천이 갑자기 불어나면서 순식간에 물이 밀려들어와 주민들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6일 JTBC는 당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출입구 쪽에 주차돼 있던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오전 6시 37분께 굵은 빗줄기가 내리는 가운데 지하주차장에서 차들이 줄지어 나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당시 지하주차장에 있는 차량을 이동하라는 관리사무실 안내방송이 나온 직후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상으로 나온 차량들도 우왕좌왕했다. 처음 나온 검은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어디에 차를 댈지 몰라 고민하는 듯 멈췄다가 움직였고, 이때 뒤를 따르던 차량도 멈춰섰다. 그렇게 2분이 흐르는 동안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온 차량은 겨우 5대였다. 이 잠깐 사이에 지상에도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고, 당황한 차들은 서로 엉켜 갈 곳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로부터 2분이 지난 6시 41분까지 주차창을 빠져나온 차량은 9대였다. 뒤이어 2분이 흘러 추가로 3대가 지상으로 올라왔다. 이때까지 12대의 차량이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왔고, 지상에도 차체까지 물이 올라왔다.


2대의 차량이 더 빠져나온 시간은 2분 뒤인 6시 45분이었다. 이렇게 총 14대가 주차장에서 나온 이후에는 더 이상 지상으로 올라온 차량이 없었다. 이렇게 지하주차장 통로 끝까지 물에 완전히 잠기는 데 6시 37분에서 45분까지 겨우 8분이 걸렸다. 순식간에 물이 차오르면서 차량을 이동하기 위해 운전석에 앉았던 주민들은 문을 열 수 없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결국 지하주차장에선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7명이 희생됐다. 7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 15분부터 이날 오전 2시 15분까지 해당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30대 남성 전모씨와 50대 여성 김모씨 등 2명이 구조됐다. 그러나 60대 남녀 각 1명, 신원 미상의 50대 남녀 각 1명, 20대와 10대 남성 각 1명 등 7명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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