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서울안보대화(SDD)'가 6일 사흘 일정으로 개막했다. 한국 국방부 차관 주재로 2012년부터 11년째 열린 국방 고위급 다자안보협의체다. 코로나19 이후 화상으로 진행하다 3년 만에 직접 얼굴을 맞대고 열렸다. 하지만 북한 비핵화의 키를 쥔 미국과 중국이 정부 대표단을 보내지 않아 '안보 외교'의 폭을 넓힌다는 행사 취지가 빛을 바랬다.
올해 SDD에는 54개국 정부 관계자와 유엔,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국방관료, 민간 안보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복합적 안보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연대를 통한 대응’을 주제로, 전쟁의 위협을 넘어 초국가적ㆍ다영역적 도전이 혼재된 안보환경에 대한 공동대응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SDD에서 처음으로 '우주안보 워킹그룹'이 열리는 것도 새로운 성과다.
회의 기간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남아프리카공화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과 잇따라 회담을 갖는다. 7일에는 일본과 국방차관회담도 예정돼 있다. 올 11월 일본 해상자위대 관함식에 우리 해군이 참가할지 여부가 논의될 전망이다. 하지만 2018년 일본 초계기 레이더 사건, 사실상 중단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등 양국이 맞붙고 있는 첨예한 군사현안을 감안하면 어느 하나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처럼 불편한 관계임에도 일본은 차관급 정부 대표를 보냈다. 반면 중국은 초청장을 보냈지만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정부 관계자는 물론 민간 전문가도 파견하지 않았다. 대신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행사장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패널 토론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정부 대표가 아닌 앨리슨 후커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부보좌관을 보냈다. 체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국제 공조를 논의하는 자리에 한반도 주변 주요국가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셈이다.
국방부가 지난해 회의를 앞두고 "미·일·중·러 등 역내 주요 국가의 외교·안보 고위인사가 동시에 참여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한껏 분위기를 띄운 것과 대조적이다. 러시아에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아예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김성한 대통령실 안보실장은 7일 개회식 기조연설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소개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이번 SDD가 글로벌 안보협력 증진은 물론, 대면논의를 통해 코로나19로 정체된 각국 간 국방교류협력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