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플레법 대응 ‘5개국 공조’가 돌파구 돼야

입력
2022.09.0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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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독일 영국 일본 스웨덴 등 5개국 정부가 공동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한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우리와 같은 문제에 처한 유럽연합(EU)이나 일본 등과 함께 인플레법 수정에 대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며 “정부 간 협력과 법적 절차 등을 공조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5개국 주미 대사관 실무진은 지난주 첫 만남을 갖고 향후 대응을 위한 각국 입장을 조율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주요 동맹 5개국이 공조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 자체로도 대미 협상력이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 인플레법 입법 취지가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자원에 대해 중국을 배제하고, 동맹국과 미국 중심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것인데, 주요 동맹국이 함께 개정 목소리를 낸다면 미 정부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공동 대응에만 전념할 수는 없다. 공동 대응 논의가 진행될수록 세부 사안에서는 나라 간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비해 우리는 일본 EU와 달리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점을 활용해 양자 통상 채널도 가동해야 한다. 안 본부장도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및 백악관 의회 등 고위급 등으로 구성된 양자 협의 채널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미 정부가 오는 11월 중간선거 이전에 법 수정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선거 이후 법 개정이나 올 연말 나올 시행령을 통해 문제 조항을 손볼 여지는 있다. 이미 지난달부터 법이 시행되고 있는 만큼 하루라도 일찍 차별 조항을 손봐 우리 기업들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다자채널과 양자채널을 동시에 가동하면서, 인플레법이 ‘자유시장 경제’라는 미국의 가치는 물론 동맹ㆍ우방과 연대 강화라는 미국 국익에도 배치된다는 점을 당당히 설득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인플레법 초기 대처 실패’ 논란을 잠재우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