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학습효과'? 태풍 상륙했지만 '출근 대란' 없었다

입력
2022.09.06 14:45
시민들 "지난달 폭우 경험 덕분 미리 대비"
올림픽대로 등 서울 일부 통제구간은 혼잡
"왜 우린 재택  안 하나"... 회사 향해 불만도

“출근 걱정이 컸는데, 다행히 비가 거의 안 오네요.”

경기 수원시에서 서울 여의도로 출근하는 이철종(37)씨는 지난달 8, 9일 수도권에 물폭탄이 떨어졌을 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하다. 도로가 물에 잠겨 평소 타던 광역버스가 운행하지 않는 바람에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태풍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가장 먼저 출근 교통상황부터 파악했다. 6일 오전 올림픽대로 통제 소식을 확인한 김씨는 평소보다 30분 빨리 집에서 나왔고, 버스 대신 지하철을 이용해 큰 문제없이 회사에 도착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남해안에 상륙한 이날 오전 서울에서도 도로 곳곳이 통제되는 등 일부 정체가 있었으나 걱정했던 ‘출근길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 달 전 기록적 폭우를 경험한 시민들이 알아서 대체 교통 수단을 찾는 등 꼼꼼하게 미리 대비한 덕분이다.

오전 7시 30분쯤 찾은 서울지하철 2ㆍ4호선 환승역 사당역 앞 버스정류장. 의외로 적게 내리는 비에 우산을 쓰지 않은 시민이 많았다. 이곳에서 강남구 도곡동으로 출근한다는 직장인 박모(35)씨는 “평소보다 사람이 더 몰린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며 “태풍이 수도권은 비켜가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서울역에서 내리는 직장인 오모(29)씨도 “지난달 폭우 때 사당역 일대가 물에 잠긴 것을 보고 크게 당황했다”면서 “일종의 ‘학습효과’가 생겨서인지 이번엔 여러 경로를 통해 교통상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만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등 시내 주요 도로 일부 구간이 통제돼 승용차와 버스를 이용하는 직장인들은 다소 불편을 겪었다. 동작구에서 강남 삼성동으로 출근하는 김모(29)씨는 오후 미팅 준비 때문에 직접 차를 몰고 나왔다. 그는 “올림픽대로를 타면 원래 40분이면 가는데 통제 여파로 1시간 40분이 걸려 고생 좀 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민간기업에 출근 시간을 늦추라고 적극 권고했지만 혜택에서 제외된 일부 시민들은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시청역 금융가에서 일하는 최모(27)씨는 “이날 재택으로 전환한 업체도 꽤 있는데, 우리 회사는 고민도 안 한 것 같다”면서 “사내 여론이 별로 좋지 않다”고 귀띔했다. 수원에서 서울 구로로 출근하는 정보기술(IT) 개발자 김모(30)씨도 “업무 특성상 우리는 재택을 해도 아무 문제없는데 회사는 별 관심이 없더라”고 아쉬워했다.

나광현 기자
김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