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반 기업정서'에 대한 일부 우려에도 불구, 글로벌 주요국 가운데 한국인의 대기업 및 기업인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전역에서는 윤리적 소비문화가 확산되면서 기업이 강제노동, 기후변화 등 문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는 지난 7월 미국 성인 2,200명과 주요 16개국의 성인 각 1,000명을 대상으로 '비즈니스에 대한 신뢰와 기업 행동주의에 대한 소비자 요구'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대기업에 대한 '순신뢰도' 조사에서 한국(+20)은 멕시코(+22)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순신뢰도는 대상을 '많이' 또는 '약간' 신뢰한다고 응답한 비율에서 '조금' 또는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을 뺀 것으로, 이 수치가 클수록 해당국 대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는 의미다. 3, 4위는 이탈리아(+18)와 브라질(+14)로 조사됐다. 낮은 순위에서 1위는 캐나다(-24)였고 미국(-23) 영국(-20) 호주(-14) 순이었다.
기업인(Business leader)에 대한 순신뢰도 조사에서도 한국(+6)은 남아프리카공화국(+10)과 독일(+6)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이 수치가 가장 낮은 곳은 영국(-14)이었고, 캐나다(-14) 미국(-10) 일본(-10) 등에서도 글로벌 평균 대비 낮은 결과가 나왔다. 아르헨티나와 멕시코는 긍·부정 비율이 동률(0)이었다.
조사한 모든 국가에서 가치 기반 소비주의(Values-Based Consumerism)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소비의 기준이 가격보다 가치에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는 회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을 '강하게' 또는 '다소' 선호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이탈리아가 78%로 1위였다. 2위는 터키(74%)였고 프랑스와 한국(72%)이 뒤를 이었다. 미국과 일본은 58%에 머물렀다.
가치기반 소비와 관련, 미국 소비자들은 환경보다는 보편적 인권에 더 비중을 두는 것으로 파악됐다. '어떤 글로벌 이슈로 브랜드 구매를 중단하겠는가'는 질문에서 '강제노동을 이용한 공급망(46%)' '침략 국가에서의 이윤활동(42%)' '인권침해 갈등(39%)' '빈약한 환경정책(29%)'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이런 소비 성향은 나이가 많을수록 높았는데, '윤리적 관행을 지키는 브랜드를 사용한다'에 동의한 비율이 Z세대(1997~2012년 출생) 52%, M세대(1981~1996년 출생) 56%, X세대(1965~1980년 출생) 60%, 베이비붐세대(1946~1964년 출생) 61%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