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기증을 위한 스위스의 선택

입력
2022.09.0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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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장기 기증의 날


스위스가 2022년 5월 국민투표를 통해 장기 기증 동의추정(presumed consent) 법안을 마련했다. 만16세 이상 시민은 원칙적으로 장기 기증에 동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원치 않을 경우 별도의 거부 절차를 밟도록 규정한 법이다. 2021년 스위스(인구 860만 명)에서는 166명이 사후 장기를 기증, 484개의 장기가 이식됐지만 이식을 기다리던 72명이 숨졌고, 1,400여 명의 대기환자가 존재했다.

앞서 2006년 스위스 국립과학재단 의뢰로 루가노대 연구팀이 국내 언어권별 장기이식 의식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장기 기증을 시민의 의무로 여기는 이가 이탈리아어권인 티치노 칸톤의 경우 프랑스어권보다는 2배, 독일어권보다는 3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 정부와 의회의 결단은 이 조사와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 보건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의 2020 연보에 따르면 국내 장기 기증 희망자는 2011년 80만 명에서 10년 새 157만 명으로 늘어났다. 각막 등 인체조직과 조혈모세포를 포함한 총 숫자도 124만 명에서 242만 명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이식 대기자의 장기 수요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2020년 실제 장기 기증자는 뇌사자 478명을 포함해 4,442명(장기 5,879개)이었던 반면 이식 대기자는 지난해 2월 말 기준 4만4,579명이다. 재단법인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시간당 1명 꼴로 장기 이식 대기자가 생기며, 하루 평균 5명이 이식을 받지 못해 숨을 거둔다고 밝혔다. 국제장기기증이식등록위원회(DTI) 2021년 통계에 따르면, 인구 100만 명당 장기 기증자는 미국이 41.88명으로 가장 많고, 스페인이 40.2명으로 뒤를 이었다. 한국은 8.56명, 중국 3.63명, 일본은 0.62명이었다.

뇌사자 1명은 신장과 간장, 췌장, 심장 등 장기 기증으로 최대 9명에게 새 삶을 선사할 수 있다고 한다. 9월 9일은 장기 기증의 날이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