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어사 박문수 언급하며 "윤핵관, 호가호위하는 간신"

입력
2022.09.04 18:00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4일 '보수 텃밭'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국민의힘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보다 더 위험하다"고 직격했다.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직무 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 지 9일 만에 공식석상에 선 이 전 대표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비대위를 향해 60여 분 동안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5일 국민의힘이 전국위원회를 열어 새로운 비대위 구성을 위한 당헌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로 예고한 만큼, 대구에서 보수 지지층을 향해 그 부당함을 호소하며 여론전에 나선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국민의힘 모든 구성원에게는 윤석열 정부에 대해 지적할 자유가 있다"면서 "그들이 뭐라하든지 금지곡을 계속 부르겠다. 대통령이나 유력 정치인에게 굽히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또 윤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국민의힘이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달라"고 호소했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 민심을 향해 '윤 대통령 견제'라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이 전 대표는 '윤핵관'에 대해서도 "호가호위하는 간신"이라며 맹공을 이어갔다. 그는 "조선시대 명군으로 꼽히는 영조에겐 사심 없이 할 말을 다 하고,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하는 (어사) 박문수가 있었다"며 "하지만 그들(윤핵관)은 졸렬하게도 그들이 가진 신임과 막강한 힘을 바탕으로 직언하기보다는 호가호위하는 간신이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새로운 비대위 구성에 대해 "반헌법적"이라고 반발했다. 이 전 대표는 "당헌 ·당규를 마음대로 개정하고 당무를 뒤흔들어 놓는 것은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월권"이라면서 "법원의 판결도 무시하고 당헌·당규를 졸속으로 소급 개정해 스스로의 부끄러움을 덮으려는 행동은 반헌법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일 법원에 새로운 비대위 출범을 막는 추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14일 심리를 앞두고 있다.

추가 징계를 예고한 당 중앙윤리위원회를 향해서도 "제가 사자성어(양두구육)를 썼다고 윤리위 추가 징계 대상이 된다면 역사에 길이 남을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며 "정말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 요즘 (당에) 있다"고 비꼬았다.

이날 이 대표의 대구 기자회견 장소엔 지지자 100여 명이 모였다. 그는 지역 민심을 의식한 듯, 지지자들을 향해 "대구 김광석거리에서 차 한 잔, 밥 한 끼 드시고 가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박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