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해졌던 힌남노, 다시 또렷하게 '눈' 뜨다... 왜 다시 강해졌을까

입력
2022.09.04 18:10

북태평양고기압에 밀려 예상보다 남쪽으로 내려간 태풍 '힌남노'는 이달 1일 '초강력'에서 '매우 강' 수준으로 세력이 약화됐다. 북상을 준비하며 대만 남동쪽에서 정체하던 힌남노는 또렷하게 보이던 태풍의눈도 사라졌고, 중심 기압도 다소 높아지면서 구조가 살짝 흐트러지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3일 본격적인 북상을 시작한 힌남노는 점차 세력을 강화해 5일이면 다시 '초강력' 태풍의 지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우리나라에 강해진 상태로 들어오며 엄청난 강도의 바람과 비를 뿌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4일 이광연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태풍이 살짝 약해진 상태에서도 주변 섬에 끼친 영향을 보면 대단히 강력한 수준이었다"며 "힌남노가 얼마나 더 강해져 우리나라로 들어오는지도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부분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태풍이 일본 오키나와 부근에서 남서진하며 약해진 이유는 '용승' 작용이 강했기 때문이다. 용승이란 태풍의 강한 바람이 바닷물을 위로 끌어올리면서 아래에 있던 차가운 바닷물이 위로 올라오고, 이 때문에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는 현상을 뜻한다. 태풍이 에너지를 얻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는 의미다. 태풍이 세고 강할수록 용승 작용도 활발히 일어난다. 힌남노의 이동 방향도 세력 약화에 영향을 줬다. 기상청 관계자는 "저기압 순환에 의해 태풍이 남쪽으로 향할 때는 약간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힌남노가 방향을 바꿔 북상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티베트고기압이 서쪽에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북태평양고기압이 동쪽으로 한발 물러나면서 힌남노가 움직일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고 있는데, 이 부근 해수면 온도가 29~30도에 달할 정도로 높은 상황이다. 26도 이상의 수온에서 세력을 유지하는 태풍이 에너지를 얻기 좋은 '꽃길'이 펼쳐진 셈이다.

이에 더해 뜨거운 수증기도 꾸준히 공급되고 있다. 남쪽에서 인도양과 남중국해를 기원으로 하고 있는 고온다습한 수증기가 같은 통로로 공급되면서 태풍의 재발달을 돕고 있기 때문이다. 이광연 예보분석관은 "남쪽의 수증기와 고수온 해역이 태풍의 재조직화를 지원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힌남노는 북상 과정에서 중심 기압 최저 920헥토파스칼(hPa), 중심 최대풍속 초속 54m까지 기록한 뒤 북위 30도 선을 넘으면서 편서풍 영향을 받아 조금씩 약화하며 우리나라를 직격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심기압 950hPa 수준으로 약화하더라도 우리나라에 상륙한 태풍 중엔 가장 강한 편으로, 전례 없는 수준의 강도가 예상되는 만큼 제주도와 남해안, 경상권 동해안 등 주요 지역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곽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