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 피해 한 달도 안 지났는데... 서울·경기 태풍 '비상'

입력
2022.09.0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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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힌남노' 5일 밤부터 전국 영향권
서울·인천·경기 재난본부 비상대응태세
취약가구 사전 방문… 배수로·맨홀 점검
중대본 3단계로 격상·위기경보 '심각' 상향

지난달 중부지방을 강타한 집중호우으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지 한 달도 안 돼 초강력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면서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 등은 태풍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4일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힌남노는 이날 오후 3시 중심기압 935헥토파스칼(h㎩), 중심 최대풍속 시속 176㎞(초속 49m)의 매우 강한 태풍으로 대만 타이베이 동북동쪽 390㎞ 부근 해상에서 시속 18㎞ 속도로 북진 중이다. 태풍은 5일 밤 제주도부터 영향을 미치기 시작해 6일 오전에는 경남 통영군 부근에 상륙, 전국이 태풍 영향권에 들 것으로 전망된다.

태풍의 영향으로 지난달 집중호우로 침수피해가 컸던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지역의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수도권에는 지난달 8일부터 17일까지 최대 697.5㎜(경기 양평)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14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됐다. 기상청은 이번 태풍으로 경기북부 등 지역별로 최대 100~300㎜의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9시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 비상 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1단계 비상근무에 따라 시와 자치구, 유관기관 직원 등 총 2,800여 명이 투입돼 태풍 대비에 나선다. 특히 지난달 집중호우로 침수된 강남 등 6개 자치구 1만7,000여 가구에 침수방지 시설을 추가로 설치했다. 침수에 대비해 모래주머니 17만여 개를 비축해, 이 중 8만여 개는 사전에 재해취약지역에 집중 배치했다.

구청에선 돌봄공무원이 반지하 등 침수취약가구를 방문해 위험요소를 파악하는 사전 조치 작업도 진행 중이다. 취약가구가 침수되면 자치구 공무원과 지역자율방재단 등을 즉각 투입할 수 있도록 비상연락망을 상시 가동하기로 했다.

서울시와 자치구는 전날부터 빗물받이를 막을 우려가 있는 쓰레기를 치우고, 잡목·잡초 제거 등 배수로 정비 작업을 하고 있다. 빗물펌프장, 수문, 빗물저류조, 하천 제방 등 방재시설물에 대한 재점검도 마쳤다. 하수도 맨홀 내부의 추락방지시설 설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강풍에 대비해 시내 공사장의 타워크레인, 태양광 시설물, 버스정류장 버스정보안내단말기(BIT) 등 외부 설치물 안전 상태도 점검했다.

경기도도 이날 오후 8시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 체제를 가동했다. 경기도는 지난달 집중호우로 큰 타격을 입은 광주시 등 특별재난지역을 중심으로 급경사지와 산사태 우려 지역, 축대·옹벽, 저지대 침수 우려 지역에 대한 집중 점검에 나선다.

지난달 집중호우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의왕시는 배수구 300여 곳을 점검한 데 이어, 초평지하차도 등 상습 침수차도의 배수시설 작동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 여주시도 배수로와 맨홀 90곳, 산사태 취약지역 50곳, 하천시설물 20곳, 배수펌프장 7곳 등 피해 우려 지역의 출입을 통제했다.

인천시도 이날 오전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시내 곳곳에 설치된 현수막과 도로 입간판 등 취약 시설물을 일시적으로 철거하고, 창문·간판 추락 방지 및 항만·선착장 내 선박 안전조치 등 태풍 피해 최소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했다. 인천항은 이날 인천과 섬을 잇는 12개 항로 중 인천과 백령도, 인천과 연평도 등 6개 항로 여객선 운항을 통제했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후 4시 30분을 기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1단계에서 최고단계인 3단계로 격상하고, 태풍ㆍ호우 위기경보 수준도 '주의'에서 '심각'으로 상향했다. 경기 김포·파주·연천과 인천 강화에는 호우 예비특보, 제주도 서부엔 호우주의보가 발표됐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제주에서는 주택 및 상가 5동이 침수되는 등 시설 피해가 발생했다.


원다라 기자
임명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