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급제동은 무섭고 위험한 악몽이다.”
생명의 위협까지 느낀 듯했다. 주행 도중 예상치 못한 오작동에서 엄습한 공포감으로 들렸다. 글로벌 자율주행 업계 간판 기업의 주력 모델에서 파생됐기에 당혹감은 컸다.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호세 알바레스 톨레도씨가 테슬라 자율주행차량의 핵심 사양인 ‘모델3’ 이용 도중, 겪었던 최악의 경험담이다. 그는 “장애물이 있지도 않은데 갑자기 멈춰 섰다”라며 끔찍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이어 “테슬라 모델3의 오토파일럿과 풀 셀프 드라이빙 등 운전 보조 장치와 비상 제동 장치가 안전하지 않은 채 출시됐다”며 “테슬라가 오토파일럿 관련 위험을 숨기고 부당 이익을 얻었고, 캘리포니아주 불공정 경쟁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차량 수리 비용에 테슬라 차량의 가치 하락, 오토파일럿 기능으로 인한 추가 비용 환불 보상 및 징벌적 손해배상 요구와 더불어 미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하고 나선 이유다. 테슬라에겐 굴욕적인 이런 내용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의해 알려졌다.
테슬라의 미래 먹거리 자율주행차량이 곳곳에서 감지된 파열음으로 요란하다. 특히 잇따라 불거진 이상징후가 핵심부품 품질과 관련 있어 심각성이 더하다. 사실, 테슬라 자율주행에 대한 의구심은 어제오늘 빚어진 건 아니다. 유튜브 등에선 테슬라 자율주행차량의 안전성을 우려한 동영상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최근 테크기업인 그린힐스 소프트웨어의 댄 오다우드 최고경영자(CEO)가 테슬라 완전자율주행(FSD)의 위험성 경고 영상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오다우드 CEO는 지역 방송사를 포함한 수백 곳에 테슬라 자율주행 시스템 비판 광고를 내보냈다. 영상엔 길 위에 놓여진 어린이 모형을 인식하지 못한 채 충돌하면서 지나간 FSD 모드의 테슬라 차량이 등장한다. 이에 테슬라 측은 “해당 동영상에 허위 정보가 담겼다”며 “테슬라의 기술 역량을 오용하고 잘못 소개했다”고 주장, 영상 삭제까지 요구했다. 하지만 이내 품질결함을 직접적으로 지목하면서 제기된 집단 소송으로 테슬라 측 주장에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
테슬라 자율주행차량은 관계 당국에서도 눈여겨보고 있다. 앞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올해 2월부터 오토파일럿 관련 브레이크 오작동 신고와 관련해 테슬라 41만6,000대를 조사 중이다. 제니퍼 호멘디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위원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테슬라의 오토파일럿과 FSD 등 자율주행 기능에 대해 "재난이 일어나기만을 기다리는 위험한 상황이다"고 저격한 바 있다. 미 캘리포니아주 차량국에선 이달 초 FSD가 주행 보조장치에 불과한데도 자율주행 제어 기능이 있는 것처럼 테슬라가 허위광고를 했다며 주(州) 행정청문국에 고발했다.
이런 파장에도 테슬라 측에선 여전히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이달 5일부터 FSD 서비스 가격을 기존 대비 25% 인상한 1만5,000달러(약 2,000만 원)로 책정한다며 공격적인 행보에 들어갔다. 테슬라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에 각각 FSD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시정조치(리콜)를 실시한 바 있다.
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차량 출시 또한 서두르고 있다. 지난달 29일 미 폭스비즈니스 방송에 따르면, 이날 노르웨이에서 열린 에너지 관련 회의에 참석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연말까지 운전자가 아예 탑승하지 않아도 되는 완전 자율주행 기능을 구현한 차량을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손주가 옆에 있는 거 같아 너무 좋았어요.”
‘또 하나의 가족’으로 인식했다. 70대 할머니에게 생전 처음 접해본 최첨단 정보기술(IT) 기기가 살갑게 다가오면서다. 무료함을 달래주기에도 안성맞춤으로 보였다. 오죽했으면 금쪽 같은 손주에 비교했을까.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민센터에서 운영 중인 체조 프로그램 이용 도중, 우연히 이곳에서 시범사업으로 소개한 반려로봇 체험담이다. 반려로봇의 첫인상은 극찬으로 이어졌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이모(73)씨는 “노래 틀어달라고 하면 노래를 들려주고, 사진 찍어달라고 하면 사진도 찍어준다”며 “우리 손주한테 편지까지 써준다”고 흐뭇해했다. TV 시청이나 산책만으로 여가를 보냈던 그는 “치매 치료에도 좋을 것 같다”며 “앞으로도 반려로봇과 시간을 자주 갖고 싶다”고 말했다.
반려로봇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우울증· 치매 등 질병 관리는 물론 고독사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단순한 청소나 일정 알림 등에 머물렀던 수준에서 업그레이드됐다. 반려로봇의 활약상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최근 서울 관악구가 돌봄서비스 기능의 반려로봇 ‘차니’와 6개월간 지낸 홀몸 장애인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차니 사용 후 우울증 척도 점수는 평균 6.42점(15점 만점)에서 4.65점으로 내려갔다. 11점 이상의 우울증 고위험군 비중은 39.5%에서 7.5%로 줄었다. 취침·식사·약 복용 등 생활 관리 점수도 17.7점(24점 만점)에서 20.6점으로 개선됐다. 지난해 10월부터 맞춤형 알림과 위험신호 감지, 말동무 등이 가능한 차니와 생활한 결과다.
일본과 미국, 중국 등에선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반려로봇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1999년 세계 최초로 반려로봇을 공개한 일본 소니는 지난 6월 최신 기능의 ‘아이보’를 선보였다. 22개 관절로 개의 세밀한 움직임까지 구현한 아이보는 고가인 300만 원대에 출시됐지만 현지에선 물량 부족 사태까지 빚어질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반려로봇에 진심인 일본에선 성능이 다한 제품의 장례식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올 정도다. 중국 샤오미는 지난해 사족보행이 가능한 ‘사이버 독’을 출시했다. 고정밀 센서 11개를 장착, 장애물을 피하고 주인 얼굴을 인식할 수 있다. 미국 로봇기업 톰봇은 2019년 골든레트리버를 닮은 ‘제니’를 내놓았다. 창업자 톰 스티븐슨 톰봇 최고경영자(CEO)가 알츠하이머로 투병하는 모친을 위해 고안했다.
전망 또한 밝다. 임박한 초고령 사회와 1인 가구 증가세를 고려할 때 반려로봇의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게 될 조짐이어서다. 해킹 등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과제이지만 반려로봇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알레르기나 경제력, 비좁은 공간 등으로 반려동물과 지내기 힘든 이들에게 유용할 것이란 관측 역시 반려로봇의 앞날을 밝게 한다. 미국의 글로벌 경영 컨설팅사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2020년 100억 달러에 머물렀던 서비스 로봇 시장은 2030년엔 1,700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