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호 태풍 '힌남노'가 6일 오전 제주도 동쪽을 지나 경남 남해안에 상륙할 가능성이 커졌다. 당초 시나리오보다 살짝 북쪽으로 진로가 바뀐 것이다. 현 단계에서는 제주도 서쪽으로 올라오면서 우리나라에 더 큰 피해를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일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힌남노는 오는 5일 제주도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시작해 6일은 경기 북부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국에 하루 종일 강한 비와 바람을 뿌릴 것으로 전망된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태풍 경로가 미세하게 조정돼 이제는 '상륙'이라는 단어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100%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으로서는 6일 경남 남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힌남노가 6일 경남 해안가를 스쳐 지나갈 것으로 전날까지 내다본 기상청이 경로를 상륙으로 수정한 이유는 현재 위치다. 대만 인근에서 정체 중인 태풍이 예상보다 남서쪽으로 치우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로 향하는 '출발선'이 바뀌었다는 뜻이다.
이날 오후 9시 기준 힌남노는 대만 타이베이 남동쪽 약 460㎞ 부근 해상에서 935헥토파스칼(hPa)의 중심기압과 초속 49m의 중심 최대풍속을 유지했다. 태풍 강도는 '중, 강, 매우 강, 초강력' 4단계로 구분하는데, '매우 강' 상태다. 시속 5㎞의 매우 느린 속도로 북상을 준비 중인데 '태풍의 눈'이 사라지고 중심기압도 약간 올라가는 등 조금 약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 분석관은 "원래 태풍은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일시적으로 약화되지만, 북상 중 고수온 해역을 지나면서 다시 세력이 회복된다"며 "힌남노도 북상 과정에서 원래의 힘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만약 북상 과정에서 세력이 강해진다면 힌남노는 서쪽으로 치우쳐 올라올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더해 북위 30도 선을 넘는 3, 4일 사이에는 오른쪽에서 태풍을 밀고 있는 북태평양고기압 영향을 받아 서쪽으로 더 치우칠 수도 있다. 북상 과정에 서쪽으로 밀려난다는 것은 대한해협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경남 남해안에 상륙한다는 의미다. 서쪽으로 밀리는 정도에 따라 전남 남해안에 상륙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가 받게 될 타격은 그만큼 더 커진다.
힌남노의 강도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강할 것이란 전망도 우려를 더한다. 현재 기상청이 예상하는 힌남노의 상륙 시점 중심기압은 950hPa, 최대풍속은 초속 43m에 달한다. 이 정도 풍속이면 열차가 탈선할 수 있다. 역대 태풍 중 최저 해면기압을 기록했던 사라(1959년, 951.5hPa)나 매미(2003년, 954hPa)와 비슷한 수준이다.
기상청 예상대로라면 힌남노는 5, 6일 우리나라에 강풍을 동반한 엄청난 양의 비를 퍼부을 것으로 보인다. 우 분석관은 "중심기압이 이렇게 낮은 태풍이 우리나라에 온 적이 별로 없어서 예상치 못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