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외교 총력전에도… 바이든 또 "전기차 미국내 생산"

입력
2022.09.02 07:30
6면
“큰 승리… 전기차·반도체 미국서 만들 것”
더 어려워진 협의, IRA 법개정 내년 이후?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한국 전기차 불이익 해소가 한미간 현안으로 부상하고 한국 정부가 전방위 외교전에 나선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의 미국 내 생산’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미국 정부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 기조가 좀처럼 흔들리지 않으면서 한국산 전기차 차별문제 해법 찾기가 장기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바이든 "핵심 부품 미국에서 만들겠다”

바이든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미국 내 신규 반도체 공장 투자에 대한 성명을 내고 “오늘 발표는 미국을 위한 또 다른 큰 승리”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번 주에만 나의 경제 계획의 직접적인 결과로써 퍼스트 솔라, 도요타, 혼다, 코닝이 새 투자와 일자리에 대해 주요한 발표를 한 것을 지켜봤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전기차, 반도체, 광섬유, 기타 핵심 부품을 미국에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 마이크론은 이날 아이다호주(州) 새 메모리 반도체 공장에서 10년간 150억 달러(약 20조3,7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해 공포한 반도체법에 따른 연방 보조금 혜택을 감안하면 이 투자로 마이크론은 10년간 1만7,000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망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마이크론의 투자를 가장 먼저 언급, “미국 제조업이 돌아왔다”며 “반도체법 처리로 이 같은 투자가 가능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한국차 차별해소 장기화 불가피

이 같은 언급은 핵심 생산품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겠다는 기존의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뒤집어 보면 한국산 전기차 차별이라는 ‘IRA 충격’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로 연결되는 대목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6일 미국 내 생산 전기차에 한해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포함된 IRA에 서명한 뒤 공포했다. 미국 내 전기차 시장점유율 2위 현대차그룹이 생산하는 전기차는 현재 전량 한국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한국으로선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이에 한국 국회 대표단과 정부 합동대표단이 최근 미국을 방문해 미 정부 및 의회와 이 문제를 협의한 데 이어 조만간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워싱턴을 각각 찾아 고위급 협의를 이어가는 등 총력 대응할 예정이다.

전날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 안보실장 회담에서도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에게 이 문제를 제기했고, 미 측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에서 이 문제를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인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이 완공되는 2025년까지 해당 법 조항 시행을 유예하고, 전기차 보조금 지급대상을 결정하는 최종조립국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가도 포함하도록 IRA를 개정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한국의 문제제기에 이해를 표명하며 문제 해소를 위한 양국간 협의에 협조적인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성명에서 전기차의 미국 생산을 거듭 강조한 것에서 보듯 상황은 녹록하지 않아 보인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상대적으로 미국의 이익이 줄어들 수 있는 IRA 법개정을 공식적으로 거론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게다가 IRA는 입법 사안이어서 미 행정부로서도 한계가 있다. 최근 정부대표단이 미 상원과 별도로 접촉한 것도 이런 점을 감안한 행보였다.

따라서 바이든 정부가 동맹인 한국의 입장을 중시하는 기조를 고려하더라도 사태 해결은 적어도 중간선거가 치러지는 11월 이후 혹은 내년 1월 새로운 미 의회가 출범한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전망이다.

허경주 기자